1. 들어가는 말

본인이 공직을 떠난 뒤 겪은 일 중, 법률가로서 가장 불편한 일이 바로 하급심판결문(이하 결정문 등도 포함한다.)을 구해보는 일이었다. 현재 법원은 모든 하급심판결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법원내에서는 매우 효과적으로 참고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건검토와 법리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하급심판결은 대법원의 그것과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우선 대법원판결에는 사실관계가 설시되어 있지 않거나 간략하게 기재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하급심단계에서 확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가치가 높은 판결문도 많다. 그러나 지금은 하급심판결을 구하기도 읽기도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점에 대해 간략히 지적해본다.

 

2.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제목대로 하급심판결문을 구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 현재 판결문 열람 등에 관한 법원의 규정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1. 민사판결서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및 동 예규
  2. 형사판결서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및 동 예규
  3. 전자우편 등을 통한 판결문 제공에 관한 예규

 

요즘 제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역시 전자우편 등을 통한 방법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판결문은 아예 제외된다.

동 제2조 제3항

③ 이 예규에 의하여 제공하는 판결문은 대법원 등이 원본, 정본, 등본 또는 법원전산시스템에 등록된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확정, 미확정의 모든 판결문을 말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판결문은 제외한다.

  1. 2013. 1. 1. 이후 확정된 형사 사건의 판결문
  2. 2015. 1. 1. 이후 확정되어「민사판결서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이 적용되는 사건의 판결문
  3. 가사 사건의 판결문
  4. 소년보호ㆍ가정보호ㆍ아동보호ㆍ성매매관련보호 사건 및 피해자보호명령·피해아동보호명령 사건의 결정문

이 예규에 따라 현재 가사사건의 판결문은 아예 구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민사(행정, 특허 포함)나 형사 판결서는 전자우편에 관한 예규상 안되더라도 위의 별도의 예규에 의하여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으나, 가사사건과 소년보호 등 사건에서는 그것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가사사건은 공간된 대법원판결만 참고하라는 것일까?

관계인들의 프라이버시도 존중되어야 하겠으나, 적절한 비실명화로 족하지 않을까? 판결은 선고된 이상 이미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사회공공재산이며 법리측면에서는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 비실명화가 과도한 경우가 많다

현재 판결문은 비실명처리를 하여 제공되게 되어 있고,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를 위한 비실명 처리 기준(재일 2014-2)’에 따른다. 지면의 제약상 이 점에 관하여 여기서 자세히 쓰기는 어려우나, 과도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개인정보라고 할 만한 것을 철저하게 지우기 때문에, 가령 누가 남성이고 누가 여성인가가 의미가 있는 판결문에서조차 그 점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본문의 내용을 참고하여 추론을 해보기는 하나, 혹시나 판결문을 잘못 읽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

현재 법인인 당사자도 지우게 되어 있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가사사건의 경우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되, 비가사사건의 경우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4. 상소여부 추적이 매우 어렵다

어렵사리 하급심판결문을 구하더라도, 그것이 확정되었는지 상소되었는지, 상소된 뒤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현재로서는 ‘사건검색’에서 확인하려면 사건번호 외에 적어도 당사자 한 명의 이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실명화된 판결문을 가지고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이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즉, 사건번호만으로도 확정 또는 상소내역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판결의 상소, 확정내역이 그렇게까지 감추어져야 할 정보는 아닐 것이다. 이 점은 기술적으로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임채웅 변호사
서울회, 법무법인(유)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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