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회사의 제 자리는 파티션으로 빙 둘러진 한 평 반 정도의 공간입니다. 전형적인 ‘부장’자리의 모습이지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지금의 절반 정도, 사무용 책상 하나 반 정도가 저의 공간이었습니다. 책상 위 간이 책꽂이에 책을 꽂고, 서랍 두 칸에 개인 물품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두 자리마다 하나씩 설치된 칸막이 덕에 옆 자리 동료와는 고개만 돌리면 바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죠. 이전 작은 로펌에서는 독립된 방을 썼던 지라, 처음에는 타인과 함께 있는 공간이 어색했고, 왠지 열악한 환경에 놓인 것 같아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색함은 곧 사라졌고, 불편함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자료는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워드로 문서 작업을 하니 큰 책장도, 큰 책상도 필요 없었습니다. 도리어 혼자만의 방보다 함께 하는 공간에서 많은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 생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던 습성을 버리고, 동료와 토론하고 함께 고민해서 답을 내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은 예상 외의 행운이었습니다.

사내변호사의 일은 실무까지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법률적인 면에서 선례도 없고, 어느 책이나 논문에도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곤 합니다.

이럴 때 혼자 생각한 것만으로는 확신이 안 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ㅇ변호사님 또는 ㄱ차장님”하고 부르면 바로 함께 고민해 주는 자리에 동료가 있으니 정말 든든했습니다. 어떤 어려운 문제를 만나더라도 동료들과 토론하면 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 일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었고요.

지금은 비록 바로 옆자리가 텅 비어 있지만, 함께하는 공간에 있으며 느꼈던 동료에 대한 믿음과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안정감은 지금도 저를 든든히 받쳐줍니다. 여러분은 함께 하는 공간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계신가요? 부디 그러시길 빕니다.

 

 

/손승현 변호사

NH투자증권 법무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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