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퀴즈를 풀어보자. 개발업자와 환경단체 사이에서 극심히 대립 중인 법률 개정안이 있다. 긴 논의 끝에 국토부와 환경부 간 합의가 이뤄졌고, 정부는 이를 발의하였다. 그러나 이 합의안이 도저히 마음에 차지 않는 개발업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그대로 담은 법률안을 국토부 출신 A 의원(국토위 여당 간사,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통해 발의했다. 자 여기서 문제. 환경단체의 대처법은?

힌트 하나, 일반적으로 법안은 국토위 법안소위의 합의대로 상임위를 넘어 법사위에 회부된다. 힌트 둘, 국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부분의 안건은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보류된다. 힌트 셋, 법사위에서는 관행상 ‘정부부처 간 이견’이 있는 법안을 2소위로 넘겨 합의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다. 환경단체로서는 국토위 법안소위 위원과 법사위원의 명단을 뽑아 분석 후 적절한 의원을 찾아 설득하여 대표발의를 요청해야 한다. 더불어, 법안소위 위원과 법사위원들, 국토위와 법사위 전문위원들에게 그 내용과 정부 합의 경과를 설명해야 한다. 일정과 안건결정은 간사의 몫이므로, 각 당 간사실을 찾는 것은 기본이다. 법안들은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한 번, 법사위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의 집중 심리를 거친다. 여기에서 원안을 유지할지, 수정될지, 보류될지의 운명이 결정된다.

20대 국회 4년간 2만 3800여 건의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그 중 처리된 것은 7994건(2020년 2월 12일 기준). 발의만 되었지 논의 테이블에는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법안도 부지기수다. 법안을 막기 위해 또는 밀어붙이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은 각종 전략, 전술을 구상하고 실행한다. 발의 의원, 법안소위와 법사위의 구성, 의원들의 출석상황, 부처 의견과 각 상임위 전문위원들의 의견…. 법안이 법률로 완성되기 위한 여정에는 크고 작은 변수들이 끊임없이 작용한다.

발의부터 통과까지 각 법안에는 그만의 ‘역사’가 있다. 정부에서 필요한 법안의 발의를 야당 의원에게 요청하기도 하고, 의원실은 논의과정에서의 수정을 예상하여 무리한 규정을 부러 넣기도 한다. 어떤 법안은 통과가 아닌 발의 그 자체에 의의를 두기도 하고, 십 수 개의 법안들이 하나의 수정안으로 합쳐지면서 의외의 조항이 들어가기도 한다.

심사 과정에서도 의외의 장면이 목격된다. 반대하던 의원이 잠시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돌변하기도 한다(뒤에 앉은 보좌진, 정부관계자들의 동공이 흔들리는 순간이다). 여당과 야당이 각각 미는 법을 가지고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져 무관한 법안 두 개가 1+1으로 법사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왕왕 있는 일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더니, 입법도 정치의 산물이라 역시 변화가 숙명이다. 입법의 기술은 비단 국회나 정부 관계자나 기업 대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발의와 통과 숫자만으로 국회의원을 평가할 수 없다. 법안 발의와 심사 과정에서의 의원들의 모습,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그 법률조항의 탄생의 역사. 그것이 평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박하영 변호사·국회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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