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형사재판을 위해 서울동부지방법원을 찾았다. 입구에서 가방 등을 검사대에 올리도록 한 다음 몸수색을 실시한다. 그리고 삐 소리가 나자 주머니에 있는 것을 모두 꺼내놓으라고 말한다. 이를 거부하자 출입을 못하도록 한다. 재판 시간이 급해 옷을 벗어주며 살펴보고 000호실로 갖다 주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황급히 벗어주었던 옷을 건네준다.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소지품 검사와 몸수색을 하는지, 그리고 판사들이나 일반 직원들도 같은 절차를 거쳐서 출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법원에 출입하면서 비행기 탑승과 비슷한 보안검색을 받다 보니 까다로운 절차에 불쾌해지는 것은 물론, 무엇 때문에 과도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원인들 중 일부가 엉뚱한 행동을 할 수는 있다. 그러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철저한 보안검색을 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민원인들의 엉뚱한 행동을 불러온 것은 법원의 과도한 잘못 때문이며 법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들이 초래한 불신은 스스로 노력해 극복해야지, 여전히 불신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다른 민원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고 싶다.

또 하나의 문제는 판사들이나 법원 직원들은 별다른 보안검색 절차 없이 그대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 식구들은 믿을 수 있고, 그 외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오만 아닌가? 자신들이 주관적으로 판단해 보안검색의 대상을 임의로 정한다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스럽다. 보안검색이 필요하다면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서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일반 민원인들이나 변호사들은 항의를 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대로 따른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더 과한 요구를 받게 된다. 하나의 권리를 포기하면 또 다른 권리를 내놓아야 하는 이치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넘어가자. 법원이 누구의 것인가? 판사들의 것도 아니요, 법원 직원들의 것도 아니다. 국민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재산이다. 국민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출입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어쩌다가 있을지도 모르는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만드는 것은 법원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보안검색을 당하다보면 법원이 국민의 것이 아니라 법원에 근무하는 판사들과 직원들의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통해 법원의 권위를 지키려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법원의 신뢰와 권위는 강요된 것이 아닌 법원 내부의 자정노력과 끊임없는 반성에서 시작돼야 한다. 법원이 전관예우가 없다고 아무리 외친들 국민에겐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와 같다. 보안검색이 필요하다면 법적인 절차를 명백하게 해서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매뉴얼 또한 미리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혹시나 법원의 권위를 내세우는 방편으로 과도한 보안검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김정범 변호사
서울회, 법무법인 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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