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이 끝났다. 많은 학생들이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장을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시 합격자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빠져 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생길 것이다. 한편으로는 취업을 위하여 이곳저곳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세요”라는 연락을 기다리기도 할 것인데, 이때가 일찌감치 검찰, 법원 또는 대형 법무법인으로 진로가 정해진 원우들이 가장 부러워지는 기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이 벌써 10년을 넘어서게 되었다. 대학과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판사와 변호사로 일하면서, 그리고 해외연수기회에 다른 나라의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꿈꿔왔던 ‘좋은 교수’가 되기 위하여 필자는 지난 10년간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았다.

그 중의 하나로서, 3학년 2학기 마지막 수업에서는 선배 법조인의 자격으로 미래의 법조인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짧게 해 준다. 그리고 그 내용에, 좋은 법조인이 되는 수많은 덕목을 열거하면서 성적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꼭 포함시킨다.

정의를 향한 열정, 당사자의 심정을 공감하는 능력과 같은 것이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성적과는 무관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성적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혹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성적으로 인하여 기죽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꼭 검사나 재판연구원 또는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잘 하고 또 관심 있는 분야에서 정진하면 된다고 격려해 준다.

이에 대하여 학생들은,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서도 정작 로스쿨을 다니면서는 줄곧 ‘어떻게’ 변호사가 될 것인가 하는 생각만 한 것 같은데 변호사시험을 보기 전 잠시나마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든지, 기죽이는 이야기만 줄곧 듣다가 기죽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중간·기말고사 후 가진 면담에서 필자가 해 준 격려 한마디가 힘든 법학전문대학원 생활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게 해 주었다고 말하거나, 필자의 칭찬 한 마디에 힘을 얻어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어린 아이같이 변호사시험 성적표를 휘날리면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러 필자의 연구실을 찾거나 몇 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어엿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아가는 제자들을 보면, 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관심과 격려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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