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경우, 부모는 필수적으로 자녀에 대한 부분을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 민법은 이 때,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부부가 서로 함께 할 수 없어, 혼인관계 해소를 선택하더라도 자녀 양육에 관한 부분을 정함에 있어서는 ‘자녀’를 그 주인공으로 삼고, 자녀의 입장과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혼인관계를 정리하고 나서도 유독 자녀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후속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양육비 미지급’의 문제이다.

양육비 미지급의 경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가 아니라, 충분히 경제적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지급을 회피하고, 법에서 정한 여러 가지 제도들에 대해서까지도 그 허점을 노려 탈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는 위반자 개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의 문제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는, 그들이 자녀의 복리를 고려하여 서로 약속하고 정한 사항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따라야 할 때에는 나의 입장을 자녀보다 앞서 생각한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만약, 위반자들이 자신의 삶이나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을 떠나, 내 자녀를 먼저 살폈다면, 자녀를 위해 지급하기로 한 양육비는 반드시 지급하였을 것이고, 양육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양육비 지급을 악용하는 행위 따윈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만행 또한 결단코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달 15일,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정보를 온라인상에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배드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에 대하여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다. 담당재판부는 위 운영자에게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보았는데, 이는 위 운영자의 행위가 아이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익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 판결이 천명하고 있는 것은 양육비 미지급의 실제 피해자가 결국 ‘자녀’이고, 그 보호를 다하지 못한 자의 명예를 자녀의 생존권보다 우위에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자녀는 어느 때든지 보호받아야 하고, 부모는 자녀에게 충분한 애정을 베풀고 자녀가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그를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들이 고안되고 있고, 입법까지도 논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이 더는 당연한 것이 아닌 것 같아 심히 개탄스럽다.

더 이상 부부가 아닐지라도, 자녀를 위하여 부모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것이 되기를, 그래서 다른 어떤 제도적 장치 없이도 그 누구의 자녀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안미현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숭인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