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의미 없는 해가 없었다지만, 지난 한 해는 개인적으로 뜻밖의 일이 많이 일어난 해였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업무 면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사건들이 모여 개업으로 이어졌고 갑작스럽게 기회가 닿아 지식재산권 공부와 실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연들이 알 수 없는 계기로 작동한 덕분에 언론중재, 세법, 아동청소년법 등 다양한 분야의 사건,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반면 때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응당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집안 대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기회들도 많았다. 덕분에 인간이 하늘의 때를 감히 알 도리가 없음을 새삼 배웠다. 세상이 헤아리기 어려운 거대한 인과율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업무 외적으로도 한동안 관심 밖으로 밀어냈던 주제-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9년 전, 나는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후쿠시마 발(發) 오염에 관한 정보를 추적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했었다. 그 활동 중에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고 그 소망으로 법률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버텼다. 그런데 현실을 마주하고 보니 재난의 크기와 영향은 생각보다 거대했고 그에 얽힌 정치, 경제,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였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그저 세상이 답을 주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동안 고민은 무뎌졌다. 그런데 일본의 느닷없는 수출 제재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됨과 동시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첨예했던 이해의 장벽이 다소 사라지고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을 보며 영원할 것 같은 어두움도 때가 되면 물러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렸다.

추운 겨울의 섣달그믐을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 올해는 지난해 받은 가르침에 대한 시험을 치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잘 버텨내자고 다짐해본다.

 

/이영주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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