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어가며

저는 2019년 12월 말레이시아 변호사협회 주관 말레이시아 로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석했습니다. 로펌에서의 업무와 법조기관 방문 및 참관, 변호사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사법체계와 분쟁절차, 법학교육과 변호사 업무 등을 두루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2.로펌에서의 업무 경험(Mohanadass Parnership)

제가 배정된 ‘Mohanadass Partnership’은 총 9명의 파트너와 약 20여 명의 소속, 수습변호사들로 구성된 중견 로펌으로, 부동산 건설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상당 규모의 중재 사건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의 ‘방사(Bangsar)’에 위치하였는데, 이 지역은 각종 고층 오피스 빌딩이 밀집하여 있고,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빌딩 숲 한가운데 위치한 사무소로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여러 문화와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 사진: 권지은 변호사 제공

로펌의 변호사들은 진행 중이거나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사건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실제 분쟁 경위나 소송과 중재 절차를 살펴보면서 말레이시아의 사법제도와 대체적분쟁해결제도를 전반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식민지배에 의한 영국법과 친족∙상속 등 전통적 부문의 이슬람법, 중국∙인도법과 말레이 관습법(Adat)의 다원적 법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커먼로(common law)의 법체계를 따르고 있는 점이나 13개 주와 연방 영토(쿠알라룸푸르, 푸트라자야, 라부안) 별로 근거 법령이 다른 점 등은 우리와 달랐습니다.

말레이시아는 특정 분쟁을 다루기 위한 전문화된 법원이 많고 중재가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수십 개 국적의 법조인들이 중재자들로 등록되어 있고, 중재도 7개의 언어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여 적극적으로 국제화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로펌에서 진행되고 있는 큰 규모의 중재사건에 관해 기록을 검토하고 변론 전략도 같이 논의해보는 기회를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위 사건의 여러 당사자 중 하나가 한국 기업이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고 국내 규정이나 판례 등의 리서치를 함께 도울 수 있었습니다.

 

▲ 사진: 권지은 변호사 제공

3.말레이시아 변호사회 및 연방 법원 방문,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교류회 참석

말레이시아 변호사회에 방문하여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가 되는 방법, 현재 말레이시아 변호사 업계 현황에 관하여 상세한 설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변호사가 되려면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해야 하고, 변호사시험에 통과한 후 9개월의 수습과정(pupil)을 거쳐 실무를 하게 됩니다. 영국변호사는 말레이시아에서 CLP(Certificate in Legal Practice) 1년 과정만 거치면 말레이시아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고, 뉴질랜드, 호주 등 영연방국가들 중 말레이시아 법원에서 인정한 대학의 법학부 과정을 이수하여도 CLP 과정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법률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사무변호사와 법정에서 소송 등 분쟁 해결 업무를 수행하는 법정변호사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외국 로펌이나 외국 변호사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예외적으로 특별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이번 연수 기간 중에는 대한변협과 말레이시아변호사회의 정례교류회가 진행되어 그 행사에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우선 말레이시아 연방 법원에 방문하여 실제 재판을 방청하고 박물관과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판사님으로부터 법원과 판결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법원은 상급법원(연방법원, 고등법원)과 하급법원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판결문에는 항상 이유가 기재되고, 연방법원 판결문은 외부에 배포되어 다른 모든 법원을 구속하게 됩니다.

한편, 각 주마다 이슬람교도의 가족법이나 인사법, 형사법(종교상 범죄 등)에 관하여 이슬람법과 말레이관습법을 적용하는 샤리아법원(Shariah Court)이 따로 있었습니다. 일반 변호사는 변론할 수 없으며 샤리아법에 따른 특별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보르네오섬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원주민을 위한 원주민법원(Native Court)이 별도로 있어서 각 부족의 관습법을 적용해 원주민들의 경미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였습니다.

두 나라의 변호사협회가 무기한의 업무협약을 맺는 역사적인 회의에 참석하고, 양국 대표 변호사들의 대체적분쟁해결제도에 관한 각 세미나 발표와 토론도 지켜보았습니다. 법조 직역의 교류와 협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4.마치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변호사로서 말레이시아 법조계를 알아가고, 그곳의 변호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던 매 순간이 뜻깊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투자와 교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법률자문이나 분쟁해결의 필요성이 커질 것입니다. 앞으로도 말레이시아와 다른 동남아 지역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면서 진취적으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갖게 하여 준 대한변협과 말레이시아변호사협회에 감사드립니다.

 

 

/권지은 변호사
서울회, 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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