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정변(甲申政變) 또는 갑신혁명(甲申革命)은 1884년 12월 4일(음력 10월 17일) 김옥균·박영효·서재필·서광범·홍영식 등 개화당이 청나라에 의존하려는 척족 중심의 수구당을 몰아내고 개화정권을 수립하려 한 무력 정변(쿠데타)이다. 진압 후, 갑신난, 갑신전란으로 불리다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에서는 이를 ‘갑신혁명당의 난(甲申革命黨의 亂)’이라 불렀다(위키피디아 ‘갑신정변‘).

구한말 개화당을 만들어 미완의 혁명을 일으킨 개화파는 급진혁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포지티브 규제에 보호받는 기득권에 가로막혀 혁신산업이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마치 구한말의 상황과 놀랄만큼 흡사하다.

현재 우리 상황은 어떠한가? 핀테크, 모빌리티, 헬스케어, 드론, 인공지능 등 모든 혁신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게 하는 사전허용 규제(포지티브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를 참관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참가한 한국기업들의 수는 역대급이나 그들이 전시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미국,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 기업들의 것과 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서비스는 미래를 주도할 원격의료 플랫폼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일상적 생활 서비스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한 눈에 보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5년 후 10년 후의 세상을 바꾸고 경제패권을 주도할 그런 거대 기업의 싹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단연코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은 우리나라의 산업규제가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형성돼 규제 쇄국과 같은 상황에 이른 까닭이다.

우리나라 규제가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형성된 연유는 과거 1970~1990년대 우리나라가 제조업을 부흥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부족한 자원을 집중하고 정부 주도로 예산을 투입해 신속하게 산업을 육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완성된 제품에 불량이 발생하면 치명적이므로 완제품의 성능과 수율을 최고로 높이기 위해 안전규제로부터 품질규제까지 다양한 포지티브식 규제 시스템을 낳는다.

그러나 지금은 4차산업 혁명시기로 플랫폼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해 서비스를 우선 출시하고 소비자-공급자 생태계를 형성하고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시대이므로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 규제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체질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입법혁신이나 정부혁신은 아직도 요원하다. 2020년 한국의 상황은 마치 서구열강 앞에서 문을 닫아걸고 개혁을 외면한 구한말 집권세력의 쇄국정책과 해금정책을 보는 듯하다. 나라가 망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강대국으로 커가는 걸 직시해 우리나라도 개화하지 않으면 서구열강의 먹이감이 될 것이라고 예감하고 혁명으로 충성한 구한말 개화파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구태언 대한변협 특허변호사회 회장

서울회·법무법인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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