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얘기 좀 해보자. 이젠 지난해가 되어버린 2019년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가 뽑혔다. 교수 1000여 명 중 347명이 이 사자성어를 꼽았다고 한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머리끼리 싸우면 같이 망한다는 뜻이다. 검찰과 청와대, 검찰과 법무부, 검찰과 법원, 검찰과 경찰만 보더라도 두 개, 아니 참 많은 머리가 치열하게 싸웠더랬다. 그런데 근소 차로 2위를 차지한 2019년의 사자성어가 불현듯 눈에 들어왔다.

‘어목혼주’ 어떤 게 어목(물고기 눈)이고 어떤 게 진주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교수는 추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조국’과 ‘윤석열’ 중 하나는 어목이거나 진주일 수 있고, 아니면 둘 다 진주이거나 어목일 수 있는데 혼동으로 남았다”라고. 어려운 사자성어 얘기는 차치하더라도 참 혼동의 2019년이었다. 조국 일가의 여러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도 그랬다. 서초동 집회를 보며 크게 작게 혼동이 왔던 적, 한 번씩은 있었다.

새해가 되니 너나 할 거 없이 신년사로 다짐에 나선 요즘이다. 새 직함을 부여받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취임사로 다짐을 밝혔다. 여기서도 사자성어가 나왔다. ‘줄탁동시’. 알을 깨기 위해 병아리와 어미 닭이 동시에 알을 깨듯 검찰개혁도 안팎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추 장관의 고심이 들어간 말일 거다. 관례상 취임식 전 예정됐던 검찰총장과의 티타임도 물렀다고 한다. 직전까지 취임사를 수차례 수정했다니 얼마나 신경 썼겠는가.

추 장관의 검찰 인사에 유독 많은 관심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알’ 안에서 검찰 개혁을 함께해줄 사람들로 소위 대규모 물갈이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규모가 어떻게 됐든 인사는 있을 것이고 1월 내 무리 없이 진행될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현 정권을 수사 중인 검사들도 인사조치 되고선 수사가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하는, 많은 이들의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

한 마디로 불편한 거다. 뭐가 어목이고 뭐가 진주인지 구별이 안 된 채 조국 의혹 수사도,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도,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도 끝날 것 같은 불안감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두고 해당 수사 속보가 더는 뉴스로 나오길 원치 않는 이른바 ‘윗분’들이 많은 걸 알기에. 그래서인지 또 불안한 거다. 2019년에 2위에 머물렀던 ‘어목혼주’가 ‘2020년의 사자성어’로 이름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2019년에 나온 ‘혼동’이라는 알을 우리는, 언제까지 밖에서만 깨야 할까.

 

/백승우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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