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타다법 등 ‘핫’한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와 있다. 막으려는 자와 밀어붙이려는 자들의 발걸음은 이제 하나같이 법사위 의원실로 향한다. 의원실 방문자가 늘고 전화벨이 이어진다. 국회를 좀 아는 자들은 상임위에서 합의되겠다 싶은 순간 법사위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법사위에서의 ‘항소심’을 준비하는 것이다.

법안의 일생을 일별해보자. 법안이 발의되면, 먼저 소관 상임위에 회부되어 심사된다. 모든 법안은 각 상임위에 설치된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가 비교적 심도 있게 검토된다. 입법조사관과 부처의 검토, 의원들의 논의를 통해 수정, 변화되어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일단 큰 산 하나는 넘은 셈이다. 이변이 없는 한 소위 합의대로 전체회의에서 의결되기 마련이므로.

이렇게 상임위를 통과하면, 이제 법사위의 시간이다. 16개 상임위를 통과한 법들은 법사위로 헤쳐 모인다. 그 양이 상당하다. 작년 한 해 법사위 법안 심사 회의 12번에, 1149건이 심사되었다. 회당 100여 건이다. 가장 최근 회의에서는 무려 242건이 리스트에 올랐다. 안건이 확정되는 것도 회의 전날 오후다. 하룻밤 새 이를 모두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고육지책으로 의원실 간 ‘검토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밤사이 검토된 법안들의 운명은 세 갈래로 나뉜다. 본회의로 직행하거나, 전체회의에 남거나, 일명 ‘2소위’로 넘어가거나. 법사위에 올라온 타 상임위 법들은 소위를 거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대개 정치적 이유로 2소위로 넘어가는 법안들은 ‘무기징역’이 선고된 듯 기약 없이 갇혀 버린다. 2소위를 법안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실례로 이철희 의원이 국방위에서 발의하여 2017년 9월 통과시킨 영창폐지법은 이 의원이 과방위를 거쳐 법사위원이 될 때까지 2소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이 의원이 스스로 법안 2소위 위원이 되어서야 법안은 석방되어 본회의행 열차에 탔다. 현재 51건의 법안이 이렇게 2소위에서 잠들어 있다.

현실적으로 법사위는 법안(法案)이 법률(法律)의 지위를 얻기 위한 사실상 ‘최종심’이다. 본회의에서는 의원들의 찬반투표만 있을 뿐이고 부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법사위 심사를 가벼이 할 수 없는 이유다. 체계·자구 심사라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선다는 비판이 있지만, 상임위 회의록에서 “문제되면 법사위에서 잡겠지”하는 의원 발언을 접하는 것도 현실이다. 정치적 이유로 발목 잡아선 안 된다. 그러나 법률 체계를 고려한 적극적·실질적 심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잘못된 법 조항 하나가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혼선을 초래하는지, 법률가들은 잘 안다.

정례적으로,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법사위를 열어 질적 검토가 가능케 해야 한다. 더 많은 법률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 상임위는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 본회의 한 번에 수 백 건의 법률안이 통과된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는 단지 ‘원 오브 뎀(one of them)’인 그 조항이, 누군가의 인생을 뒤바꾸기도 한다. 국민의 삶은 법률의 숫자로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박하영 변호사·국회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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