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지방회_해시태그
[#지방회_해시태그]형사보상청구의 실효성
함혜란 변호사  |  tobelwp@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768호] 승인 2020.01.13  10:24:4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무죄가 확정됐다. 그가 그간 겪은 일을 상상해본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야 고소를 당했음을 알게 됐다. 경찰서에서 나름의 해명을 해보지만 제대로 대답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경찰 출석은 여러 번이 되고 끝난 줄 알았던 조사는 검찰청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간 수사기관에 제출한 소명자료를 정리하느라 업무 마감을 놓쳤다. 배우자는 요즘 무슨 일이 있냐며 묻지만 걱정할까 봐 아무 일도 없다고 한다. 잠을 설치고 예민해져 체중이 빠졌다. 정신없는 와중이라 아이의 첫 입학식도 가지 못했다. 열심히 해명했지만 검찰에서는 그를 기소했다. 이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물어물어 겨우 맘에 드는 변호사를 찾아 선임했다. 선임료를 위해 적금을 깼다. 무죄를 주장하니 증인신문을 해야 한단다. 증인이 나오지 않아 공판이 공전된다. 매번 연차를 내고 출석하다 보니 휴식을 위해 연차를 낸 기억은 까마득하다. 어서 재판이 끝나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검사의 증거신청으로 공판은 계속된다. 그렇게 수사에서 1심 무죄판결을 받는데 2년, 항소심에서 다시 무죄판결을 받는데 1년 반이 걸렸다. 장장 3년 반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물이 흘렀다.

다행히도 위 피고인은 불구속 재판을 받아 교도소에 구금되거나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적금을 깨거나 대출을 받고, 불면증을 얻었으며, 가족과 갈등이 심해졌고, 회사에서는 무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가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들여야 했던 시간과 비용, 수치화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과 실추된 사회적 명예는 보상받을 수 있을까?

위 피고인은 형사보상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 피고인은 구금된 적이 없으므로 재판에 들인 비용의 보상만 받을 수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의 비용보상 범위는 피고인이었던 자 또는 그 변호인이었던 자가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데 소요된 여비·일당·숙박료와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한 보수에 한한다. 이 경우 보상금액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는 증인에 관한 규정을,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하여는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위 피고인은 거주지 법원에서 재판받았기에 숙박료는 들지 않았고, 기본급이 낮고 성과급이 높은 직장에서 근무해 일당 자체는 높지 않다. 법원을 오갈 때는 자차를 이용했기에 여비가 얼마인지 계산하기도 어렵다. 피고인은 나이가 젊고 소득이 있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위 피고인이 받을 수 있는 형사보상금은 아마 지출한 변호사 선임료의 반의반도 못 미칠 것이다. 실질적으로 보상이라하기 어렵다.

몇 년 동안 이름 대신 ‘피고인’이라 불리면서도 당당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어렵게 무죄를 받은 피고인들은 대개 무죄 받은 것만으로 충분하고 다시는 법원 근처엔 오기도 싫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숨겨진 목소리는 아마 “그 돈 받자고 또 이런 수고를 해야 할까요?”일 것이다. 무죄를 받은 자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보상은, 한때 억울했던 자들이 향후 수사·사법기관을 불신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그라뜨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함혜란 변호사·경기북부회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변협, 징계사례집 발간 … 징계 건수 크게 증가
2
변호사, 사회적 기업에 재능 기부
3
북한 관광사업, 현재 상황은?
4
변협, ‘적법 활동’ 징계한 변리사회 막다
5
제명처분 무효판결
Copyright © 2019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