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041 판결-

1.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2015년 12월 24일 고검장으로 승진해 2017년 5월 21일까지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근무한 후, 2017년 5월 22일 OO고검 차장검사로 발령받았다. 피고인은 2017년 4월 17일 피고인이 본부장으로서 지휘한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 수사를 종결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후 2017년 4월 21일 19시경부터 21시경까지 서초동 부근 모 식당에서 피고인, 공소외 3 △△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 및 수사팀장 등 위 특별수사본부 간부 7명 전원과 공소외 4 검찰국장, 공소외 1 검찰과장, 공소외 2 형사기획과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이 참석한 만찬을 주재하면서,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현금 100만 원씩 봉투를 건네고 1인당 9만 5000원 상당의 만찬 비용을 결제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직자 2명에게 각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109만 5000원 상당의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제공했다.

2. 원심법원과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과 금품 등 제공의 상대방인 공소외 1, 2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고 피고인이 공소외 1, 2와 직무상 명령을 내리거나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피고인이 위 예외사유의 “상급 공직자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은 이 부분을 원심판결을 인용하여 설시하고 있는바, 이 부분을 그대로 수긍하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으나,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청탁금지법의 입법목적, 금품 등 수수 금지 및 그 처벌규정의 내용과 체계, 처벌규정의 소극적 구성요건에 관한 제8조 제3항 제1호의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상급 공직자등’이란 금품 등 제공의 상대방보다 높은 직급이나 계급의 사람으로서 금품 등 제공 상대방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고 그 상하관계에 기초하여 사회통념상 위로·격려·포상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하고, 금품 등 제공자와 그 상대방이 직무상 명령·복종이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만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나. 피고인이 공소외 1, 2에게 제공한 음식물 및 금전이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 소정의 ‘상급 공직자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대상판결 비판

가. 서

우선 대상판결은 ‘직무상 상하관계에 기초하여 위로·격려·포상 등을 할 수 있는 관계’와 ‘직무상 명령·복종이나 지휘·감독관계’를 구분하고 있는바, 그 구분의 기준이 모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직무상 지휘·감독관계에 있지 아니함에 불구하고 위로·격려·포상할 수 있는 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또, 직무상 지휘·감독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들 사이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위로·격려·포상을 하게 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둘째, 대상판결은 위로·격려라는 비법적 술어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다. 셋째, 피고인이 제공한 자금의 출처에 대하여는 원심법원은 물론이고 대법원조차 별다른 언급이 없다.

나. 자금출처 문제

공소사실은 물론 원심판결과 대상판결은 모두 피고인이 수수한 자금의 출처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고 있다. 추측컨대, 피고인이 사비를 들여 공소외인들에게 100만 원씩과 식대를 제공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그 자금은 이른바 업무추진비 등의 공금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업무추진비의 원천은 예산일 것이고, 예산은 세수를 기반으로 하는바, 그와 같은 업무추진비가 공직자들 사이에서 격려·위로·포상 등의 명목으로 임의로 수수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성찰도 없는 것이 기이하다. 대상판결의 설시대로라면 멀쩡히 법정 급여를 수령하는 공직자들끼리 서로 위로·격려한다면서 법적 근거도 없이 업무추진비 등의 예산을 마음대로 수수하여 세수를 축내도 된다는 것이어서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다. 직무상 상하관계 여부

적어도 원심판결은 ‘피고인과 금품 등 제공의 상대방인 공소외 1, 2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다’고 설시하나, 공소외인들은 이 사건 당시 법무부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정부조직법, 검찰청법,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설시는 온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란 것은 검찰청법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때에 가능한 논리이지, 공소외인들이 법무부에서 수사 등 검찰청법이 정한 검사의 직무 이외의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상 가능한 논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검찰청에서 검찰청법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상급자가 법무부에서 정부조직법과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규정에 따라 근무하는 하급자에게 위로·격려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다.

라. 위로·격려의 의미 및 이 사건에서 그 의미 부합여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위로’라 함은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을 말하고, ‘격려’라 함은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 줌’을 말한다고 한다. 원심판결은 ‘피고인은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으로서 장기간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마친 특별수사본부와 이를 지원해 준 법무부 검찰국의 간부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찬을 열어 식사를 제공하였고, 공소외 1, 2가 속한 법무부 검찰국이 특별수사본부의 인력 구성 및 출장, 예산 등에서 여러 지원을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대국회 질의응답 및 자료요구 대응, 언론 브리핑 등 업무를 담당하였기 때문에 이를 격려하기 위하여 위 금전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등의 점을 들어 ‘위로·격려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위 음식물 및 금전을 제공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시한다. 즉, 위 설시를 따르더라도 격려 대상은 미래형이 아닌 과거형이다. 격려는 사전적 의미로는 미래형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심판결은 격려의 사전적 의미조차 파악하지 아니한 채 과거사를 격려할 수 있다는 취지를 표명한 것이다.

4. 결론

위로나 격려를 받을 처지에 있지 아니한 상대적 하급 공직자에게 공금으로 자기들만의 위로와 격려를 수수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구성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무죄 판단을 유지한 대상판결은 언젠가는 폐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곽용섭 변호사·충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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