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와인을 종이컵에 따라 마셔도 똑같은 맛이 날까?

영화 ‘사이드웨이(Side ways, 2004)’에서 와인애호가인 영어교사 마일즈(폴 지아매티 분)는 이혼의 아픔을 와인으로 달래는 남자다. 평소에는 의기소침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지만, 와인을 마실 때면 삶의 활력을 찾는다.

그는 보르도산 명품 레드와인인 1961년산 샤토 슈발블랑(Cheval Blanc)을 애지중지한다. 마일즈는 이 와인을 특별한 사람과 근사한 자리에서 마시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의 결혼식 갔다가 재혼한 전처를 만나 그녀의 임신사실을 알게 되자 인생 최고의 순간에 마시려고 아껴둔 슈발블랑을 햄버거 가게에서 하얀 플라스틱컵에 따라 들이킨다. 와인매니아들에게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장면이다. 와인은 눈으로, 코로, 입으로 세 번 마신다. 플라스틱컵에 따르면 와인 고유의 색을 볼 수가 없으며, 플라스틱 특유의 냄새에 먼저 질려 버린다.

좋은 와인은 좋은 글라스에 담아 좋은 음식과 함께 마시는 법이다. 와인 글라스는 립(lip), 볼(몸통, bowl), 기둥(stem), 받침(base)으로 구성된다. 손잡이는 가늘고 길쭉한데, 이는 잔을 편하게 잡고 쉽게 돌려 와인이 잔 표면에 많이 퍼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글라스는 와인의 종류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데 이는 각각의 와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아로마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함이다. 와인 글라스는 와인의 향기를 잘 간직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바닥이 넓고 윗부분이 좁아야 고루 퍼진 와인의 부케(Bouquet)를 잘 모을 수 있다.

레드 와인 글라스는 볼(bowl)이 큰 것이 좋다. 볼이 크면 공기와의 접촉면이 넓어져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이 발산되기 때문이다(디캔팅 효과). 또 립(lip) 부분이 볼보다 좁으면 향을 잘 가두는 동시에 스월링 등을 통해 향이 더 발산되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반면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화이트와인 전용의 볼은 레드와인에 비해 작은 것이 좋다. 차갑게 마셔야 하는 화이트와인의 특성상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샴페인 같은 스파클링 와인을 담는 글라스는 길쭉한 튤립 모양이다. 와인의 탄산 기포가 좀 더 오래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거품의 향연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데, 황금빛 액체가 흔들리며 자잘한 기포가 계속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약 샴페인을 넓은 글라스에 따르게 되면 기포가 금방 사라져 샴페인 고유의 맛을 즐기기 어렵다.

와인 글라스는 투명하고 얇을수록 고급으로 취급받는다. 와인과 입술의 거리를 좁힐 뿐만 아니라 소리의 울림이 좋고 청명하기 때문이다. 색이 들어갔거나 각진 잔, 장식이 있는 잔도 피해야 한다. 와인의 색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장식이나 색깔이 없어야 한다.

 

 

 

/윤경 변호사

더리드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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