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8일 저작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 ‘저작권문화’ 9월호(제265호)에 ‘논문 심사료, 게재료와 원고료’라는 제목의 글을 투고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대학 법학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의 ‘논문투고 및 논문작성에 관한 규정’에서는 원고가 채택된 동시에 대학 법학연구원에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전문지식을 활용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한 학술논문을 정기간행물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원고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게재료를 내야 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는데, 저작권을 양도하면서 양수인에게 돈을 주는 형태였다.

영세한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정기간행물을 발간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학자들끼리 십시일반 모으는 의미로, 원고료를 받는 대신에 게재료나 심사료를 내고 학회라면 회비를 내는 것은, 안타깝지만 현실의 제약을 고려하여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정기간행물을 출판하는 자는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이용허락을 받으면 충분하고 저작권을 양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자신의 저작권을 인수해가는 대가로 저작권자가 양수인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유효하지 않다는 글을 썼었다.

이제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같은 법학연구원 규정을 찾아보니 “채택과 동시에 저작권을 양도한다”는 규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정기간행물 마지막에 저작물 이용을 허락한다는 내용의 (과거에는 없던) 저작물 동의서를 첨부하고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다른 대학의 법학연구원에서도 투고규칙에서 저작자로부터 원고의 심사료, 게재료를 받으면서(그리고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원고가 채택되면 채택과 동시에 대학 법학연구원에 저작권이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글을 쓰기 불과 며칠 전에는 국가기관에서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의 발간 지침에서 국가기관이 저작권을 양수하는 데에 동의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통상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정기간행물은, 대학이나 학회에서 운영하는 정기간행물보다 예산에 여유가 있어서인지, 대부분 저작자에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저작자로부터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저작권(내의 개별권리)의 이용허락을 받으면 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위 국가기관은 저작권을 양도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관과 법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대학 법학연구원에서도, 학술논문을 쓰는 저작자의 저작권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특히 저작물동의서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채택과 동시에 저작권이 귀속된다는 내용의 투고규정을 개정하지 않고 있는 행태는, 법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단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면이 있다.

 

 

 

/이용재 변호사

강원회·산건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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