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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나침반]법고창신과 벽광(癖狂)정신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kasan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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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승인 2019.12.23  09: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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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쟁은 일상이 되었다. 경쟁사회(Elbogengesellschaft)에서는 공정의 가치와 페어플레이(fair play) 정신이 중요한 덕목이다. 공정하지 않으면 결과에 승복하지 않기 마련이다. 경쟁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스펙과 간판보다는 실질적인 내공과 실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공정이 요청되는 치열한 경쟁적 환경에서 법률가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법고창신(法古創新)과 벽광정신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법고창신은 전통을 존중하면서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창조적 발상이다. 법고창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옛 것을 존중하되,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면서 하는 일을 즐겨야 한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 하여 지호락(知好樂)을 강조한 바 있다. 어느 분야이건 전문가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어떤 일을 마지 못해 하는 사람과 즐겁게 일에 몰두하는 사람은 차원이 다르다.

벽광정신은 한 분야에 오랜 기간 병적으로 빠지거나 미치도록 탐구하여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삼년불규원(三年不窺園)’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 한나라의 대학자인 동중서가 젊은 시절 3년간 자신의 정원에 눈길도 주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열심히 책에 몰두한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추사(秋史) 선생의 스승인 박제가는 벽(癖) 예찬론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백화보의 서문에서 꽃에 미친 사람을 예찬하며, 벽이 없는 사람은 버림받은 자라고 평하였다. 이처럼 벽은 즐거움의 경지를 넘어 한 분야에 빠져들어 깊게 천착하는 자세를 말한다. 벽에서 더 나아가면 미칠 광(狂)에 이르게 된다.

김정희의 추사체는 옛 법도에 기초하면서도 그것을 변화시켜 새로움을 창출한 법고창신의 진수를 보여준다. 추사 선생의 독창적인 서체는 “나는 칠십 평생에 벼루 열 개의 바닥을 뚫었고 붓 천 자루를 대머리로 만들었다(吾書雖不足言 七十年 磨穿十硏 禿盡千毫)”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랜 기간 붓글씨에 미쳐 절차탁마를 통해서 이루어낸 것이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은 오늘날 경쟁사회의 화두이다. ‘벽(癖)’과 ‘광(狂)’ 두 글자는 최고의 예술가나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방외지사(方外之士)의 전유물이 아니다.

필자는 추사매니아로서 공자의 지호락과 박제가의 벽 예찬론을 이어 받아 미칠 광(狂) 예찬을 하고자 한다. “즐기는 사람은 빠지는 사람만 못하고, 빠지는 사람은 미치는 사람만 못하다(樂之者不如癖之者, 癖之者不如狂之者).”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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