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알파로(AlphaLaw)’라는 AI가 변호사보다 더 계약서 분석을 잘 해냈다는 기사가 있었지요. 계약서 검토가 주요한 업무인 사내변호사로서, 저는 큰 관심을 가지고 그 기사를 읽었고, 진짜 훌륭하게 계약서 분석을 해내는 AI가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세상이 도래하면, 사내변호사에게는 새로운 역할 내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예를 들자면, 10여명 이상의 사내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회사의 모든 계약서를 점검해야 하기에 항상 일손이 부족하고, 그로 인해 업무 범위가 제한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간단한 계약서라도 일단 검토 대상이 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은 걸리기에, 그 시간만큼 실제 비즈니스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AI가 계약서의 분석을 수행하게 되면, 변호사들은 그 결과를 점검하고, 어떤 조항을 받아들일지 여부만을 결정하면 되므로, 그렇게 절약한 시간만큼 회사의 비즈니스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경험한 부서라면, 다음에도 변호사의 참여를 원하게 될 겁니다. 좀 더 능동적인 업무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지요.

돌이켜 보면, 처음 판례 검색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도, 변호사의 효용이 이제 다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외워야만 하던 판례를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되면서, 변호사들은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고객들은 더 많이 변호사를 찾게 되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라 할까요.

이제 저는, 진짜 똑똑한 AI가 나온 세상에서 저보다 젊은 변호사들이 더 많은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을 부러워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손승현 변호사

NH투자증권 법무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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