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UN)의 가장 오래된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 세계전파통신회의(World Radiocommunication Conference; WRC)가 지난 10월 28일부터 4주간 165개 회원국 3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최됐다.

세계전파통신회의는 3~4년 주기로 개최되어 전파올림픽으로 불린다. 회의 결과는 국제조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국제 주파수 분배와 사용 등에 관한 전파규칙(Radio Regulation)에 반영되어, 현대 사회의 무선통신서비스를 전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특히 이번 회의는 국내 5G 상용화 원년에 개최되어 글로벌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결정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과기정통부, 국방부, 삼성전자 등 총 47명이 참가한 한국 대표단은, 5G 주파수 분배 의제 등 이동통신·위성·항공 등 총 25개 의제의 국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주요국과 양자회담 등을 통해 우리나라 국익을 최대한 반영했다.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제안하여 연구가 시작된 고대역(mmWave) 이동통신 주파수 국제분배가 세계전파통신회의-19에서 처음으로 논의(24.25-86㎓ 사이 12개 대역)됐으며, 26㎓와 37㎓ 대역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4.75㎓폭을 국제 조화 주파수로 분배하기로 결정했다. 주파수는 국가별로 이용 특성이 다르고, 주파수의 수요 폭증과 타업무(위성 등)와 간섭 문제로 인해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는 그동안 이동통신 주파수를 지역·국가별 특성에 맞게 한정하여 공급했는데, 2000년 3G 이후 약 20년 만에 글로벌 조화 주파수를 분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기 공급한 28㎓ 대역과 인접한 26㎓ 대역은 전세계 최대 관심대역으로서, 총 3.25㎓ 폭(24.25-27.5㎓)을 글로벌 5G 주파수로 분배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기공급한 28㎓ 대역 5G를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보호조건이 설정됐다. 비행기에서 이용하는 이동형위성지구국(ESIM) 주파수(27.5-29.5㎓) 분배 시 운용 규제(지표면 수신세기)를 설정했을 뿐만 아니라, 수신세기에 대한 ITU 전파국의 규제 준수 확인 규정을 추가하여 규제 이행력을 담보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과 유럽을 설득하는 등 논의를 주도하여 합의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28㎓대역 5G의 원활한 이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28㎓대역 5G 글로벌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차기 세계전파통신회의 의제도 함께 논의됐으며, 중저대역 5G 주파수 분배 등 이동통신·위성 등 분야에서 총 19개 의제가 선정됐다.

이번 회의는 이동통신 진영(한국, 미국 등)과 위성진영(유럽, 러시아, 중국 등)으로 크게 양분되어 논쟁했으나, 주요 의제 대부분에서 국내 입장이 반영됨으로서 5G를 최초로 상용화한 우리나라의 IT 경쟁력이 글로벌 다자 외교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병택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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