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행정부는 국회를 크게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않는다. 국회의 고유 권한인 행정부의 감시·비판·견제를 행하더라도 빼도 박도 못하는 치명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한, “해 볼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행정부의 자신만만함은 국회의 인력과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소위 ‘슈퍼갑’이라고 불릴 만큼 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자료 제출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역량과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해 주어진 역할을 행사하는 데 미흡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보좌진의 직업적 안정성 부재와 과다한 업무에 따른 잦은 인력 교체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좌진들의 정책 전문성 제고와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늘 제기돼 온 해묵은 과제다. 보좌진들은 외형적으로는 별정직 공무원이지만 신분보장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 사단법인 입법정책연구회는 2014년 ‘국회의원 보좌관 전문성 제고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헌법은 모든 차별을 금하고 있는데, 입법부인 국회에서 차별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보좌직원들일 것”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킨 바 있다.

실제로 보좌직원들의 신분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나온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국회의원 수당지급일(제3조), 입법활동비(제6조), 특별활동비(제7조), 여비(제8조)에 대한 사항 다음으로 보좌직원(제9조)에 대한 사항이 나온다. 국회의원이 받는 수당보다도 후순위에 밀려 있다. 내용도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 “보좌직원에 대하여는 별표 4에서 정한 정원의 범위에서 보수를 지급한다”는 두 줄이 전부다. 보좌직원 임용과 관련해서도 별도의 법조문은 없다.

보좌진 전문성 보강을 위한 임용방법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복수 추천한 뒤 일정한 전형을 거치거나, 입법고시를 자격시험으로 변경해 합격한 자를 정책보좌관으로 임용하는 등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예고제도’의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현행처럼 예고없이 하루아침에 면직되는 일은 막도록 하기 위함이다. 현재 국회에는 근로기준법을 원용해 면직 30일 전에 해고 통보를 하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는 임기가 정해진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젊은 피의 공급을 받으며 이들의 노동력을 운영동력으로 삼고 있다. 전문성의 숙성에도 시간이 드는 법인데 국회의 인스턴트식 고용구조는 조직의 건전한 성장에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평균 근속 연수 3~4년에 불과한 보좌진이 각종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십수년간 국회 대응업무를 한 행정부의 노회함을 뚫어야 하는 게 오늘날 국회가 처한 현실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정부의 방패는 점점 두껍고 강해지고 있다. 이를 뚫기 위해선 창을 예리하게 가는 수밖에 없다. 단편적으론 법률에 대한 전문성으로 무장한 변호사의 국회 입성이 국회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본다. 또 끊임 없이 국회 내부적으로도 입법·감사 전문가를 양성할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결과가 자연스레 뒤따라오게 하려면 국회의 합리적인 인력 운용방식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김윤영 변호사·전 국회비서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