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네 차례에 걸쳐 우리 의료제도를 구성하는 의료행위와 의료업에 관하여 알아보았다. 이번 호는 마지막 구성요소인 ‘의료수가 제도’에 대하여 다음 호까지 연이어 살펴보겠다.

의료수가는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이다. 무상의료라는 용어가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공짜의료라고 할 수 있으나 엄밀히 보면 무상의료는 세금 등으로 운영되는 것이어서 무료는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나 그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 일부 나라는 국가가 의료공급을 책임을 지고 있어 환자의 부담이 없거나 낮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주의 계열의 나라에도 보충적 또는 병렬적으로 환자가 의료비용을 직접 또는 보험회사를 통하여 지급하는 유상의료제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유상의료제도를 채택해왔다. 유상의료는 시장경제 원칙상 당연하지만, 소득이 없거나 작은 계층에게는 돈이 없어 생명이나 건강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공공적인 측면에서의 의료공급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나 세금과 별도로 마련한 기금으로 의료의 공급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3년 300인 이상 사업장에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의료보험제도를 최초 도입했지만 강제적이지 않았다. 1970년에 들어 500인 이상 사업장에 당연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강화하고 1979년 공무원 등에게도 적용되게 했고, 점차 의료보험제도를 확대 적용하여 1989년에는 사업장 이외 자영업자(지역)까지 포섭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실현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1999년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을 통하여 성형수술 등 비급여 요양행위 이외의 대부분의 의료공급에 대한 건강보험재정을 통하여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물론 세금에 의한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제도도 보충적으로 가지고 있다.

우리 건강보험제도의 도입 및 발전에는 정치적 원인도 개입됐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국가 재정이나 국민소득이 넉넉지 못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외교가 중요했다. 하지만 전 인민건강보험제를 미리 시행한 북한의 외교적 우위자랑으로 우리나라도 서둘러 의료보험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정부는 의료수가에 대한 가격결정권이 있던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했었다. 의료계는 당연히 의료인 이외의 일반인(속칭 사무장)이 의료업을 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조건을 내세웠고, 이로 인해 사무장병원이 불법이 되는 의료법 개정이 1973년 강행된 것이다. 또한 법원에서도 의료행위의 범위를 대폭 넓히는 의료행위의 정의에 관한 판례(대법원 1974. 11. 26. 선고 74도1114 전원합의체 판결)가 그 무렵 나오게 되었다. 의료제도를 구성하는 의료수가는 의료행위 그리고 의료업과 서로 불가분의 연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김선욱 의료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세승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