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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가여웠던 내 청춘
윤경 변호사  |  yk@thelead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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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호] 승인 2019.12.09  09: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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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대는 초라했고, 신발엔 늘 비가 샜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대전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다. 20대 초반을 그렇게 남루하고 힘들게 보냈다. 나의 30대는 어떤 일을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무엇이든 해보려고 했지만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것이 나의 30대였다. 내 30대는 실패투성이였다. 그때는 한 번도 활짝 피어보지 못한 내 젊은 시절이 가여웠고, 그렇게 저물어 갈 것 같은 내 인생이 안타깝기만 했다. 좌절감을 느끼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의 상처들이 사실은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것들임을 지금에야 깨닫는다. 외면하고 싶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절들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난 날에 대한 후회가 없는 것은 그 때의 실수와 실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일 거라고.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조차 말이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라는 경구를 좋아했다. 사는 것이 힘들고 괴로웠기 때문이다. 이 문구를 보면서 위안을 삼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법관이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버티는 심정으로 살았다. 연말이 되면 “올 한 해도 별탈 없이 지나가는구나”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저 지금의 이 힘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가 언제 정말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한지 몰랐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좋아하는 경구가 달라졌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며 견딘다는 느낌으로 살기에는 너무 억울할 정도로 인생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에서 위안을 얻었던 내 젊은 시절이 애처롭다. 그때는 한 번도 활짝 피어보지 못한 내 젊은 시절이 가여웠고, 그렇게 저물어 갈 것 같은 내 인생이 안타깝기만 했다. 이제는 깨달았다. 그 시절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는지를. 어떤 두려움도 불사할 만큼 뜨거운 시절이었음을. 실패와 좌절마저도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되었음을.

고통과 역경이 삶을 지배할 때도 이에 맞서 싸울 가치가 있다. 인간은 끊임 없이 희망을 품는 존재다.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īro spēro, 숨쉬는 한 희망은 있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While I breathe, I hope)는 뜻이다. 힘들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도 지나고 보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예전엔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시간이 지났을 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떠났을 때 비로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아쉬운 마음에 그때는 정말 그때의 아름다움과 행복함을 몰랐던 것이 어쩜 당연한 것은 아닐지 위안을 가져본다. 나이들수록 인생은 점점 더 변화무상하고 흥미로워진다. 이젠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며 행복하게 늙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여유롭고 느긋하게 웃으며 걸어갈 내리막길이 있다. 중년 이후에도 꿈이 있고 가슴 뛰는 삶이 있다.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꿈처럼 행복한 인생은 스스로를 얽매는 편견인 나이를 극복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기분 좋게 나이 들어 가자.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좋은 시절이란 지금 현재 시점이며,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날은 ‘오늘, 바로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즐겁고 행복하다고 스스로 마법을 걸어 본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며 견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라. 인생을 맘껏 즐겨라! 매순간을 음미하고 소중한 모든 순간을 축복하고 기쁨을 누려라. 타오르는 일몰의 순간을 보고, 웅장한 자연의 경관에 감탄을 하고, 청명한 날씨와 신선한 바람을 음미하고, 싱싱한 나뭇잎의 신선한 향기를 맡고, 시원한 계곡물의 감촉을 최대한 느끼고, 곤충과 새들의 다양한 소리를 음미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와 목소리를 간직하라. 멋진 오페라에 감동의 눈물을 흘려라. 최고급 식사와 아름다운 루비빛 와인 한 잔, 그리고 가슴 뛰는 감정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대담하리만치 환희로 가득 찬 순간을 꾸려보는 건 어떨까? 어디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인생 별 것 없다. 재미있게 살아라.

행복해야 성공한다. 지금이라도 일상의 사소한 행복에 대해 사려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행복하지 않는 사람은 나중에도 절대 행복하지 않다. 힘들게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억울하겠지만,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 더 크게 성공한다. 행복한 사람이 일을 잘한다. 행복한 느낌이 일을 사랑하게 만든다.

/윤경 변호사

서울회·더리드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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