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세무변호사회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무사법 개악 반대 궐기 대회 동참해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무시한 세무사법 폐기 위해 성명서 통해 강력 비판하기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묵살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위헌적 상황에 전국 곳곳에 눈꽃이 내리는 강추위에도 변호사들이 총의를 전하기 위해 모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를 비롯한 전국 변호사 단체와 변호사들이 대한변협 세무변호사회가 개최한 ‘세무사법 개악 반대 궐기 대회’에서 힘을 합쳤다. 지난 4일 국회의사당 앞 궐기 대회에선 이찬희 협회장을 비롯한 변협 임원과 세무변호사회 등 세무사법 개악에 반대하는 수많은 변호사가 모였다.

이찬희 협회장은 “국회에서 청탁 입법, 로비 입법으로 헌법을 짓밟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변호사 직역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헌법의 대변자’로서 법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세무사 자격을 지닌 변호사에게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한한 세무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획재정부 출신 김정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토대로 한 수정안이다. 교육을 이수하면 모든 세무 업무를 가능토록 한 정부안과 판이하게 달라진 내용이다. 장기간에 걸친 관계기관 간 논의는 무위로 돌아갔다.

법조계에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정이 다시 한 번 위헌 소송으로 가게 될 상황에 격노하고 있다. 통과된 개정안은 지난해 법무부가 ‘직업의 자유’ 침해로 위헌 소지 의견을 제시해 불발된 기획재정부 개정안과 유사하다. 위헌성으로 인해 폐기된 개정안을 다시 끄집어내면 당연히 ‘위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는 “세무 관련 업무를 적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민법, 상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법률 해석·적용능력이 필수적”이라면서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하는 법률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2018. 4. 26. 결정 헌재2015헌가19)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올해 내로 개정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얻어낸 정영대 변호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변호사는 세무사들이 말하는 ‘전문성’을 언제든 갖출 능력이 되며, 전문성을 갖추면 세무사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전문성을 갖는다는 게 입법 취지”라면서 “변호사가 세무사보다 능력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세무사 측 주장은 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차장은 “변호사 자격자가 세무사 자격을 지니는 건 민·형사 대리인, 판·검사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변호사 자격 하나로 여러 자격을 가지려는 게 아니라 세무사 자격 자체가 변호사 자격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국가에서 변호사에게 세무 업무를 포함한 법률사무를 모두 맡기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세무사라는 직역이 없는 나라도 많다. 심지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아무런 자격증이 없어도 기장대리를 할 수 있다.

개정안이 변호사를 세무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범준 대한변협 세무변호사회 법제위원장은 “모든 세무 대리의 시작인 기장대리를 제한하면 조세 신고 등 업무를 아예 하지 못 한다”면서 “변호사에게 서면은 쓰지 말고 법정에 출석만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박종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김정우 의원안은 모든 법률사무를 할 수 있는 변호사에게서 세무사 측이 법률사무를 침탈하려는 시도”라면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시하는 개정안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세무사 측에서는 다른 직역으로부터 업무 영역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 결과 2003년에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서 세무사 명칭을, 2012년도에는 공인회계사에게서 세무대리인 자격을, 2018년에는 변호사가 가진 세무대리인 자격을 박탈했다.

천하람 변협 제2법제이사는 “헌법재판소도 세법만 아는 세무사가 아니라 법률 전반을 두루 아는 변호사가 세무 업무에 더욱 우수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를 세무 업무에서 제외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백승재 대한변협 세무변호사회 회장도 “특정 직역 이권을 위해 전문자격사 제도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세무사는 성실신고확인을 해태하고 탈세를 조장하기도 했다.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은 세무사는 2014년 51명, 2015년 121명, 2016년 90명, 2017년 57명, 2018년 52명이다.

양소영 변협 공보이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이 법률에 명시된 유일한 전문직역이 변호사”라면서 “변호사들이 공익의 수호자로서 국민이 ‘탈세’가 아니라 ‘절세’를 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세무사법 반대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총회는 “국회가 갈등조정기능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채 세무사 이권에만 편중된 수정안을 내놨다”면서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이 입법되지 않도록 모두 힘을 합쳐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변협은 대한변협 세무변호사회를 주축으로 위헌적 개악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할 계획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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