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한 사회 지배층의 후원은 고대 로마시대에 시작되어, 르네상스시대의 메디치 가문의 메세나 활동에서 황금기를 이뤘다. 메디치 가문은 세 명의 교황과 피렌체의 통치자를 배출하고 혼인을 통해 프랑스와 영국 왕실까지 영향을 끼친 명문가다. 그 중에서도 피렌체의 통치자였던 로렌초 메디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의 가장 큰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후원 아래 작품 활동을 펼친 것이 바로 다빈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등의 르네상스 대가들이다.

19세기 이후에는 데이비드 록펠러의 주도로 설립된 기업예술후원회가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 메세나활동의 근간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의 미술품 구매 행위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보고 있다. 기업소장 미술품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기업이 얻은 이익을 사회에 다시 환원한다는 논리다. 메디치 가문의 유산을 모아 만든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 석유재벌 폴 게티의 컬렉션을 대중에 공개한 로스앤젤레스의 게티미술관, 록펠러가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뉴욕의 현대미술관, 그리고 한국의 삼성미술관 리움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기업의 미술관련 활동이 항상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만은 아니다. 19세기 이후 시장경제를 장악하게 된 대기업들의 미술품 구매가 때로는 주주, 채권단의 이해관계와 기대수익 변동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미술품 구입에 대한 의사결정이 소수 핵심 경영진의 의견만으로 결정될 경우, 기업 전체의 입장에서는 미술품 구매행위를 기업발전과는 무관한 낭비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행위로 볼 수 있는 사례도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리움미술관의 ‘행복한 눈물’ 사건(2008)’ ‘오리온그룹의 미술품 구입과 관련된 횡령사건(2011)’ ‘저축은행의 미술품 관련 배임사건(2012)’ 등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이 미술품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문화예술적 감상의 대상이지만, 때로는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아름다움과는 상반되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한다. 특히 기업 경영인의 경우, 상법상 주주들을 대신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갖고 기업 경영을 담당해야 하는데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미술과 문화 활동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우 그러한 낭비를 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미술품이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내고 시대를 앞서가는 사조의 탄생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편화되었다면, 당연히 투자는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고, 미술품 투자의 선두에 서 있는 기업과 경영인들은 그들의 선호도가 곧 그 사회를 대표하는 취향이 되며, 미술품에 투자하는 행위에도 사회적·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김영철 변호사

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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