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유 없이 증언 거부해도 검찰 조서 증거 안돼”
형사소송법 제314조 따른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쟁점

증인이 실제로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는다면, 증인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검찰 조서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같은 취지로 지난달 21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 A씨는 2017년 B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1심 재판에서 B씨는 관련사건으로 자신이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결과 A씨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후 B씨는 지난해 5월 본인 재판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A씨 2심 재판 증언을 거부했다.

이번 사건은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 증언 대신 검찰조서가 증거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증인이 증언거부권이 없음에도 증언을 회피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피고인의 면전에서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진술이 허위일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반대신문을 통해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는 때’는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박상옥 대법관은 “증언거부가 정당하지 않다면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B씨는 1심에서 이미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했으므로 그가 한 참고인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이 옳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증거보다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중점을 두고 판결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이번 판결을 통해 향후 수사기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최수진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