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인구에 회자되는 명구이다. 국가를 경영하고 인류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선 자신을 수양해 가족 내에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평(治平)을 위해서는 수제(修齊)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제가도 어렵지만 수신은 결코 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수신을 하려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여 참지식에 이르는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성의(誠意)와 정심(正心)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기도 하지만, 고통의 순간과 시련을 겪기도 한다. 삶은 고통의 연속만도 아니고 즐거움으로만 점철된 인생도 없다. 고통과 즐거움이 교차하면서 삶은 전개된다. 고통과 시련이 도래할 때 “하늘이 장차 큰일을 맡기기 전에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뼈마디가 꺾이는 고난을 당하게 한다(天將降大任於是人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라는 맹자의 말을 떠올리며 자기수양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삶에서 고통이나 불행한 순간을 맞이할 경우 그 탓을 남에게 전가하거나 짜증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고통으로부터 의미나 교훈을 찾을 때 삶을 보다 고양시킬 수 있다. 그래서 삶에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고통 속에서 성장한다는 긍정마인드가 필요하다. 힘든 고통의 순간이 있었음으로 인해 더 큰 행복감과 즐거움이 수반된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단 것이며(no pain, no gain)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다(無苦無樂).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선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했다. 또한 “즐거움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가정은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의 공동체이다. 추사(秋史) 선생은 대팽고회(大烹高會) 대련에서 최고의 음식은 두부, 오이, 생강 그리고 채소인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로, 최고의 만남을 부부와 자식 및 손자가 함께하는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으로 표현했다. 오랜 유배의 고통을 겪고 난 추사선생이 노년에 쓴 위 대련은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삶의 즐거움과 수신제가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

수제치평을 꿈꾸는 법률가는 삶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고통에 지혜롭게 임하면서 자신의 덕성을 연마하고, 그 공력을 토대로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함께하는 발고여락(拔苦與樂)의 정신을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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