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법조인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남들보다 떨어지는 능력은 무엇일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공감능력이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상대방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예단을 갖고 대하는 경우가 많고, 논리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고 있을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 심지어는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유사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말을 끊고 내 생각을 이야기할 때도 많다. 이러한 습관은 아이들이나 가족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나는 그냥 질문하는 것인데 아이들은 엄마가 심문하는 것으로 느끼고, 아이는 그냥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기 바랄 뿐인데 엄마는 무엇인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막상 아이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지 않을 때도 있다. 우연찮게 아이 학교에서 진행한 4주간의 감정코칭 강의를 들을 기회가 주어졌다. 감정코칭의 요지는 일단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헤아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이 잘못된 것일 수는 있어도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감정이든 잘못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상 다른 엄마와 짝을 이루어 역할 연습을 해보니 만만치 않게 어렵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아이가 밑도 끝도 없이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내일부터 학교 안갈래”라고 하는 경우였다. 이 때 받은 지침은 절대로 “왜?”라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엄마들의 말문이 막혔다. 말문이 막힐 때는 방금 들은 말을 반복(mirroring)하라고 한다. “네가 학교에 가기 싫구나.”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기분이 어떻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그 때 기분이 어땠니?”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언제부터 그런 기분이 들었니?” “정말 엄마라도 그런 기분이 들었겠다”는 식으로 아이의 기분과 감정을 탐구하고 인정하는 대화를 진행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아이가 자신의 감정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안심을 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를 올바른 행동으로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고 많은 인내심과 기다림을 요하는 연습이다. 적절한 기회를 찾아서 아이의 감정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내라는 과제를 받고서야 비로소 아이의 감정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바로 행동에 대한 훈계로 나갈 대화를 어렵사리 감정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시킬 수 있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고 나니 아이의 반응이 더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아이가 스스로 바르게 행동하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가족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 때는 말이지’가 아닌 ‘네 기분을 (네 입장에서) 이해하고 싶어’라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신망 받는 법조인의 비결은 바로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감능력이 아닌가 싶다.

 

 

 

/정교화 (유)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

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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