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9시가 넘는 늦은 저녁 부동산중개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날 아파트 청약이 있으니 청약통장이 있으면 한 번 넣어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심드렁한 말투로 “그럼 여보만 넣어봐”라고 대답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9시까지 논산경찰서로 피의자신문에 입회를 해야 하는 일정이 있어 그날 아침부터 다소간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는 일전에 아기 돌 사진을 찍는데 실패를 하여 다시 사진촬영을 하기로 한 일정과 대전교도소에 변호인접견을 해야 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그날 조금 정신 없이 아파트 청약신청을 접수하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아파트 청약 당첨이 되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청약할 때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아내였지만, 청약 당첨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같이 승용차로 출근을 하면서도 아내는 들뜬 마음으로 저에게 “여보, 우리 이제 새 아파트에서 살게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설레”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필요한 서류에 관한 정보가 담긴 인터넷 링크를 카카오톡 문자로 보내주었습니다. 아내의 설레는 마음 탓인지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고는 저는 사무실에 출근을 하여 아파트 청약에 관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당첨 확인에 관한 서류를 출력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저의 부양가족이 6인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내년에 태어날 아내의 품에 있는 둘째 아기를 포함해도 부양가족이 최대 3인인데, 이를 훌쩍 넘는 2배인 6인의 부양가족이라니. 분양사무소에 전화를 하여 문의를 해보니, 제가 청약을 신청하며 동거하지 않는 친가와 처가의 부모님을 모두 부양가족으로 기재했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아파트 당첨은 취소가 되었고, 동시에 아내의 설레는 아파트 당첨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파트 당첨이 취소되는 위 에피소드를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첫째,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더라도 정신을 차리자. 이런 실수가 제 개인적인 일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제가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하여 벌어진다면…. 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에 식은 땀이 흐릅니다.

대한민국에서 먹고 사는데 바삐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 특히나 변호사들은 대체로 일을 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저는 작년 2월에 처음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한 새내기 변호사라 어찌 보면 아직은 사실 크게 바쁠 것이 없는데도 위 에피소드처럼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스스로를 더욱 더 다그쳐야 할 거 같습니다.

둘째, 견물생심(見物生心). “애시당초 특별히 아파트 청약 신청을 할 생각이 없었으면서도 막상 당첨이 되자 욕심이 생기니 말입니다”라고 아내에게 농담을 던졌다가 핀잔을 받으며 위 에피소드를 마무리합니다.

 

 

/이승현 변호사

대전회·산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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