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법 2018. 2. 2. 선고 2017누69382 판결(확정) -

1. 사건의 개요

① 소외 한국전력(본사: 전남 나주시)은 2015년 11월 법률고문을 모집하면서 그 자격기준을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등록된 변호사(법무법인 포함)’로 한정하였다.

② 부산지방변호사회(이하 ‘부산변회’)는 2016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 제3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한국전력이 법률고문을 모집하면서 서울변회에 등록된 변호사로 자격기준을 제한한 것은 헌법 제11조 및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 위반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였다’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③ 인권위는 2017년 2월 “한국전력이 법률고문을 모집함에 있어서 서울변회에 등록된 변호사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행위는 인권위법 제2조 제3호에서 정의하는 출신지역과 관련이 없어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하였다.

④ 이에 부산변회(원고)가 2017년 3월 서울행정법원에 진정각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 소송의 경과

인권위(피고)는 ① 19개의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성별, 종교, 장애, 나이 등)를 정의한 인권위법 제2조 제3호는 열거규정이므로 변호사등록지에 따른 차별은 인권위 조사대상이 아니며, ② 설령 예시 규정으로 보더라도, 19개의 차별금지사유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인격적 속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는데, 변호사등록지는 극복이 가능하며 변호사 영업행위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으나 인간의 존엄성이 문제되지 않으므로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은 위 조항에서 열거한 사유들은 예시적인 것이고, 지원자격을 서울에서 등록한 변호사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고용에 있어 특정한 사람을 배제·구별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의 각하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7. 8. 24. 선고 2017구합58885 판결).

 

3. 대상판결의 요지

인권위법 제2조 제3호 가목은 (중략)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를 개념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차별금지 사유를 예시적으로 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인권위의 조사대상은 ‘국가기관, 지자체,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까지의 규정에서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로 규정되어 있는바, 거기에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격적 속성이 있는 차별행위 등만을 조사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다(피고항소 기각).

 

4. 검토

대상판결은 인권위법 취지에 따라 인권위 조사대상을 명확히 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며, 다음 두 가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법원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는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인권위법 제2조 제3호가 열거한 사유들은 예시적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인권위법 제2조 제3호는 평등권 침해 여지가 있는 사유를 모두 열거할 수 없어 중요한 사유 일부(19개)를 예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당해조항에 규정되지 않았다고 하여 인권위 조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취업공고에서 특정지역의 대학졸업자를 배제하는 공고를 할 경우 위 조항의 어느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인데, 이 경우에도 인권위 조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는 ‘출신학교’를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인권위법에는 위 사유가 없다. 대상판결의 설시는 타당하며, 인권위법에 따라 설립된 인권보호기구이자 독립된 국가기관인 인권위의 설립취지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둘째, 법원은 ‘인권위의 조사대상은 인권위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격적 속성이 있는 차별행위 등만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다’고 판단하였다. 인권위법 제2조 제3호의 규정은 ‘가호 내지 라호’에 규정되어 있는 ‘고용, 재화의 공급·이용, 교육·훈련’의 영역에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가 없도록 하는데 주안이 있는 것이지, 차별사유를 인위적으로 구분하여 인격적 요소가 없는 차별사유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서 배제하려고 규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주소지·출신대학 소재지 등을 기준으로 한 차별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고 인권위가 주장하는 인격적 속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인권위로서는 차별행위를 확인하고도 방관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가 차별행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변협 회원들이 전문자격증 소지자라는 이유로 외면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그 틈새가 점차 커져 인권위의 조사·심리대상을 한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정은영 변호사

부산회·법무법인 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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