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원심 파기 환송 … 근로기준법 취지 고려
적법 절차 거쳐도 개인 동의 없는 규칙 적용 불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앞서 체결한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개인 동의 없이는 변경된 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근로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회사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회사는 2014년 6월에 A씨와 연봉 7000여만 원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나, 3개월 뒤 노동조합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취업규칙으로 제정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중 정년 2년 미만인 자에겐 기준연봉의 60%, 1년 미만인 자에겐 40%만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취업규칙 작성 변경을 위해선 근로자 과반수 또는 노동조합이 찬성해야 한다.

A씨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나 회사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A씨 연봉을 삭감했다. 이에 A씨는 기존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임금 및 퇴직금 지급에서 적법하지만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과 기존 근로계약 중 어떤것의 효력을 더 우선으로 두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다”라며 “이런 경우에도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회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 제4조는 ‘자유결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바꿔 해석해보면 근로자 개별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 내용이 우선”이라며 “기존 근로계약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임금피크제에 의해 유리한 근로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라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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