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명절 무렵, 올봄 개업한 젊은 변호사가 넥타이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개업 인사 왔을 때 이것저것 조언 해주고, 라이온스클럽에도 가입시켜 준 바 있었는데, 그동안 사무실이 순조롭게 잘 나가고 있다며 인사하러 온 터였다. 일거리를 추천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인사를 받고 보니 쑥스러웠다. 한편에서는 사무실이 잘 된다니 기분 좋았고, 베푼 것도 없는데 명절이라고 찾아와서 인사까지 하니 참 예절바른 사람이다 싶어 더욱 즐거웠다.

갓 변호사의 길에 들어서거나 개업한 젊은 변호사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우선 취업이 잘 안 돼 걱정인 건 다 아는 바다. 종종 선후배들로부터 자녀들에 대한 취업 부탁을 받을 때는 답답하다. 얼마 전 찾아왔던 젊은 변호사는 서울 어느 법률사무소에 취업이 되긴 했는데, 보수도 형편없고 죽어라 일만 시키고 심지어 의뢰인과 만나지도 못하게 하면서 준비서면만 써내라고 해서 몇 달 만에 나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근래 법률신문 보도에 의하면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소위 반수를 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런 취업문제는 로스쿨 제도를 실시하면서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참 딱한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개업하고 있는 충북지방변호사회의 경우는 젊은 변호사들이 열심히 자기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어서 대견하다.

1~2년 소위 ‘어소변호사’로 일하다가 개업해서 열심히 자신을 홍보하고 의뢰인을 위해 일한다. 기회 닿는 대로 라디오나 TV 프로에 참여하여 자신을 알리고, 페이스북 등 SNS, 언론기고 등을 통해 이미지를 높이려 애쓴다. 각종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라이온스클럽과 로타리클럽 등 봉사단체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변호사회에서 벌이는 행사에 참석해서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배우려 한다. 그리고 준비서면이나 각종 서류를 도면이나 사진 등을 첨부해서 작성하는 등 열심히 준비한다. 정말 그런 모습이 좋다.

20여 년 전 내가 개업할 당시 나도 그랬다. 어떻게 하면 나를 알릴 수 있을까 여러 가지로 궁리했다. 여기저기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자문변호사로 써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요즘의 청년변호사들이 하는 일을 나도 다했다. 개업 후 얼마 되지 않아 상당히 많은 사건을 취급하는 변호사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일전 한 후배 변호사와 점심을 나누던 중 그가 한 말. “요즘 젊은 변호사들은 선배님이 한창 때 하던 것 이상으로 열심히 합니다.” 사실이다. 그런 모습을 칭찬해 주고 싶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전문직역의 일원으로서 성실하게 의뢰인들과 내담자들을 섬겨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너무 의뢰인과 자신의 이익에만 천착하는 경향이다. 간혹 조정사건의 경우에 적은 액수에 매달려서 고집 부리는 바람에 조정이 불성립하는 경우를 만날 때는 불편하다. 변호사는 물론 의뢰인의 이익에 봉사하는 전문가 겸 생활인이기는 하지만,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통해 사회의 평화를 추구하고 이웃을 섬겨야 할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유재풍 변호사

충북회·법무법인 청주로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