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위인(以法爲人), 법으로 사람을 위한다.

변호사들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좋은 집과 차를 사기 위해서? 권력과 명예를 누리기 위해서? 사람은 누구나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가니 재물과 권세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결국 부질 없는 일이다. 평생을 인권변호사로 일하신 한승헌 변호사님은 변호사 직을 가리켜 ‘면기난부(免飢難富, 굶는 것은 면할 수 있으나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뜻)’라고 하셨다. 변호사 직으로 돈을 탐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니 직업적인 소명을 가지라는 말씀이다. 물론 변호사도 돈을 많이 벌어 떵떵거리며 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직업적 소명을 잊고 사회적으로 해악이 되는 일에 부역해서는 안될 것이다.

법은 양날의 칼이다. 법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독재자의 자의적인 지배가 아닌 법이 지배하는 사회가 보다 문명사회라고 일컬어진다. 그런데 그러한 법으로 사람을 죽이고, 약자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으며, 소수자를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게 한다면 그러한 법치는 독재자에 의한 지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법으로 사람을 살리고, 약자에게 따뜻한 양지를 제공해주며, 소수자에게도 법에 따른 인권옹호를 해주는 것이 진정한 법치주의의 실현이다. 이러한 법치의 실현, 법으로 사람을 위하는 일을 하는 직업적 소명을 부여받은 이들이 바로 변호사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 공공성을 지녔다고 하지만 국가가 변호사들에게 봉급을 주진 않고, 스스로 자신의 밥벌이에 나서야 한다.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변호사업으로 밥벌이를 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갈수록 대형 로펌과 전관들에게 사건쏠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초동에서 조그만 사무실을 열고 한달에 1~2건 수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많은 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도 어려운데 무슨 공익활동을 하느냐고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정부 부문과 비정부 부문의 경계가 갈수록 옅어지고,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도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영리 추구를 위해 만들어진 일반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고, 변호사 영역에서도 공익과 사익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변호사 업무 자체로 공익적 성격을 가지기도 하거니와 변호사 직도 앞으로 사회적 책임 내지 공익 영역을 외면해서는 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꾸려지는가? 결국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변호사들에게 공익활동은 ‘해야하는 일(그렇지만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 혹은 하기 싫은 일)’로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나의 공익활동으로 인해 한 사람이 살고, 사회 인식이 바뀌고,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경험한다면 공익활동은 ‘할 수 있는 일’ 그래서 ‘하고 싶은 일’로 바뀌어갈 것이다. 공익활동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변호사로서의 실력도 쌓으며, 법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변호사로서 살아가는 의미와 보람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공익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거나 의무적으로 강제할 일은 아니다. 변호사법에 정해진 공익활동 종사 의무를 통해 변호사 공익활동을 활성화하여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변호사 공익활동을 활성화하여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변호사 공익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만들고, 공익활동을 열심히 하는 변호사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013년부터 회원 중 공익활동을 통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이로써 사회공헌에 이바지한 개인과 단체에 대해 그 업적을 치하하는 의미로 변호사공익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공익소송 또는 활동을 수행하고, 공공단체나 소외계층에 대한 법률지원, 공익관련 제도개선이나 입법활동, 공익법연구, (예비)공익변호사 양성 등의 활동을 통해 인권의 보호·증진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가 그 대상이다. 특히 단체 부문은 로펌들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장려하기 위한 상으로 이를 위해 변협은 ‘로펌 공익활동 평가지표’를 개발하여 그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 로펌은 개업변호사들과 달리 고객의 대부분이 기업이어서 사회적 약자를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더욱 공익활동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대형로펌 11곳이 ‘로펌 공익네트워크’를 꾸려 로펌의 공익활동을 진작하고 있는 일은 참으로 박수받을 일이다. 현재 2020년 제8회 변호사공익대상 시상을 위해 공모 진행 중이고, 접수마감은 이달 29일이다.

변호사 개개인들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법이 힘없고, 가난하며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안아주어야 한다.

 

 

 

 

/염형국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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