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경전의 하나인 주역(周易)은 흔히 점을 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주역은 우주의 생성원리와 미래의 시간을 추지(推知)하는 학문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독서였다. 공자가 만년에 주역에 심취하여 대쪽으로 엮은 가죽끈이 세번이나 끊어지도록 읽었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은 널리 알려진 말이다.

주역은 64괘로 이루어져 있어 다양한 변화의 표지(sign)를 암시하고 있다. 시간은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역은 변화의 과정을 설명하고, 사물의 본질적 의미와 자신이 현재 어떠한 처지에 놓여있는 지를 괘상으로 보여준다. 주역은 순환의 법칙에 따라 시공간 속에서 음과 양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상태를 지향한다. 주역에서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말하여 음과 양의 순환과 공존이 바로 도라고 말하고 있다.

주역 64괘 중 좋은 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괘도 있고, 좋은 괘 안에서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고, 좋지 않은 괘 안에서도 희망적인 변화의 징표가 있다. 주역 겸괘(謙卦)는 6개의 효사가 모두 길한 괘다. 겸손하면 형통하므로 겸손이 최선이라는 말이다. 서경에 나오는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은 “오만은 손해를 초래하고 겸손은 이익이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주역은 변화무상한 삶에서 적절한 행동과 실천을 위한 처세학의 교과서라고 할 것이다.

주역 곤괘(坤卦)의 효사인 ‘이상견빙지(履霜堅冰至)’는 “서리를 밟으면 머지않아 단단한 얼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작은 조짐을 보고 사물의 본질인 현저함을 아는 견미지저(見微知著)와 같이 이러한 괘상의 표지를 통해 앞으로 닥칠 큰 일을 미리 내다보고 현명한 처신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의 가을이 온 것을 아는 것처럼 삼라만상의 변화의 조짐과 주역의 괘상을 통해서 미래 예측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다. 때에 맞추어 공직에 나가 바른 뜻을 펼치거나 여의치 않을 때 스스로 물러나는 출처진퇴(出處進退)를 분명히 하는 처신이 중요하다. 중용(中庸)에서는 ‘시중지도(時中之道)’를 실천하는 사람을 군자로 보았다. 시중이란 타이밍에 맞는 적절한 처신을 하는 것을 말한다. 때를 알지 못하거나 그르칠 경우에는 낭패를 보게 된다.

그런데 주역은 절망과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正道)로 안내한다. 주역은 사람이 가야할 올바른 길을 걷게 하고 가서는 안 되는 길을 피하게 하는 지혜의 원천이다. 따라서 동양 고전인 주역은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며 적절한 처신을 할 수 있는 가르침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이 시대 법률가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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