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청명했던 9월의 서울은 다양한 국적의 변호사들로 북적였다. 세계변호사협회(IBA)와 세계한인변호사협회(IAKL) 연차총회가 연이어 진행되었고 많은 부대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 시절에는 중재 관련 행사에만 집중했으나 사내변호사로 옮긴 후에는 여성 인력 계발,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한 행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계변호사협회(IBA) 서울 총회의 경우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에 관한 패널에, 세계한인변호사협회(IAKL) 총회에서는 ‘여성의 커리어 계발’에 관한 패널, 그리고 영국 로펌이 개최한 여성 변호사 행사에서는 ‘로펌과 기업에서의 여성 변호사의 육성’에 관한 패널로 참여하였다.

이들 패널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여성 법조 인력의 유실 현상이다. 서구에서는 몇십년 전부터 로스쿨 졸업 학생의 남녀 비율이 같거나 여학생 수가 더 많았는데, 수십년이 지나도록 로펌 내 여성 파트너 변호사 비중은 여전히 20% 미만인 암울한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다.

“주니어 시절 나와 같이 고생하던, 반짝 반짝 빛났던 그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같은 패널에 참여했던 미국 로펌의 남성 파트너 변호사의 독백은 우리에게도 울림이 크다. 우리의 경우 여성 법조인 역사가 길지 않고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정과 시댁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우리 세대 여성 법조인이 일을 그만두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로스쿨을 졸업하는 신입 여성 변호사 비율 만큼 여성 파트너 변호사가 계속 양성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서구의 예를 보더라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법조를 넘어 우리 기업의 경우 상황은 훨씬 더 열악하다. 2019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7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였고, 2018년 기준 유가증권상장사 중 이사회 내 여성 이사가 1명 이상인 기업의 비율은 7.6%에 불과했다. 이는 일본에도 한참 뒤떨어진 수치이고, 여성 인력의 활용이 GDP의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보면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여성 리더가 없다고, 파트너로 승진시킬 여성 변호사가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일찌감치, 그리고 적극적으로 잠재적인 여성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인하우스카운슬포럼 여성 분과는 오는 11월, 4회에 걸쳐 여성 리더의 성장과 육성을 목표로 하는 ‘I.WILL’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젊은 여성 법조인들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가진 I.WILL프로그램은 ‘Inspiring Women in Lasting Leadership(지속 가능한 여성 리더십의 함양)’의 약자로서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하여 여성분과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전문 강사와의 집단 토론을 통해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와 계발 방법을 찾고, 조직 사회에서의 성장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다룰 계획이다. 그녀들이 사라지지 않고 조직을 굳건히 지킬 때 그 조직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교화 대표변호사

서울회․(유)한국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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