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경찰실무, 검찰실무, 형사재판실무 수업을 동시에 수강하고 있다. 각 경찰, 검찰, 법원에 재직 중이신 교수님으로부터 실무경험에 기반한 강의를 들으니 막연히 사법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세 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특히 형사소송법을 적용함에 있어 동일한 판례를 검토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기관별 미묘한 입장차를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덕분에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등 현재 논의되는 사법개혁에 대해 고민하면서 현재 검토 중인 법안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 법안이 곧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현재 배우고 있는 형사사법절차도 상당부분 변경되겠지만, 여야 대치로 인해 그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개헌, 올해는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치열한 가운데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논의가 이뤄질지, 내후년 1월에 어떤 부분이 개정된 법전을 갖고 변호사시험을 보게 될지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모습에서 보듯이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거대담론 속에서 다른 중요한 사안들이 잊히고 있어 아쉽다. 현재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조항, 낙태죄, DNA 채취에 있어서의 영장절차, 즉시항고 제기 기간을 3일로 제한한 형사소송법 조항 등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갈등이 첨예했던 주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 및 승차공유 서비스와 관련한 택시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보완 입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늦기 전에 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법전원 도입 10년을 맞아 활발하게 이야기 되던 변호사시험, 법전원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 역시 어느 순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처럼 많은 이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 자칫 입법공백 또는 충분히 숙의되지 않은 채 땜질입법으로 방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비단 수험생뿐이 아닐 것이다.

“신뢰했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존경했던 분들을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한 논객의 말처럼 법무부장관 진퇴를 둘러싼 지난 2달의 기억은 비교적 최근 대학원 입시를 치르고 법을 공부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충격이었다.

이제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 속에서도 일상을 되찾기 위해 우리 국회와 사회가 미뤄둔 과제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다. 한시적 적용 또는 민생 입법의 딱지를 붙이고 개정을 기다리고 있는 법전과 교과서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새롭게 채워지길 기대한다.

 

 

 

/강영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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