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의뢰인이 찾아와 형사 사건 상담을 하였는데, 이미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는 분이셨다. 위 상담 시점에 집행유예 기간은 8개월 정도가 남은 상태였고, 다른 사건이 이미 기소된 상태에서 첫 공판 기일이 3주 정도 남은 상태였다. 집행유예 기간 중 범죄 사건이므로, (항상 진지하지만) 더욱 진지해야 할 사건이었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은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집행유예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에 해당하므로, 우선 기존 집행유예 기간 중 형의 집행을 재차 유예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나아가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직후에 다시 집행유예가 가능한 지에 관하여 ‘적극’이라는 결론만 기억날 뿐 그 근거가 다소 불명확하였다. (구글의 도움으로) 대법원이, 집행유예가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가 이미 그 효력을 잃게 되어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한 범죄라고 할지라도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에 대해 다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6196 판결)한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의뢰인에게는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다시 집행유예를 받기 위하여는 ‘적법한 범위’에서 제1심 재판 절차를 지연시켜 가며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상담해 드렸다. 다행히도 수임하게 되어 제1심을 적법하게 지연시키고, 결국은 벌금형 선고에 그쳤기 때문에 새로운 집행유예를 위한 더이상의 소송 지연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위 사건 선고 당일에는 만에 하나 금고형 이상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 내심 걱정도 하였지만 벌금형으로 선방하여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있다. 역시 형사는 사건의 크고 적음을 불문하고 민사보다 심리적인 책임감과 부담감이 보통 더욱 크게 다가오는 듯싶다.

 

/김응철 변호사

서울회·로베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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