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처음 한 말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생각하기’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저는 2007년 여름 어느 날, 사무실에서 법률상담을 하던 중 뇌출혈이 발생하여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로 임하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사법 관련 법률 중에 일부 제개정되는 중요한 법률이 있어서 이에 대하여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국회에 개진할 서울회의 의견서를 작성하고, 새로 제정되는 법률안과 관련한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의 이유로 며칠간 잠이 부족하여 피곤한 이유인지, 혈압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친한 친구의 억울한 사연을 들으며 조금 흥분하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 큰 잘못 없이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기에, 저는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 왜 신이 젊은 저에게 뇌출혈이라는 시련을 주는 걸까 잠깐 원망도 하였습니다. 아직은 너무도 어린 딸과 아들을 생각하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 동안 특공대를 제대한 건강 체질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평소 건강관리를 등한시했던 저의 생활태도를 후회하였습니다. 한편, 혹시라도 머리 수술을 받고 그 동안 알았던 지식들을 모두 잊게 되어 더 이상 변호사 업무를 하지 못할까 걱정도 하였습니다. 다행히 신의 은총과 당시 서울회 하창우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분들 및 많은 동료 회원들의 심려와 기원 덕분에 수술이 잘되어 건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있을 때 일입니다. 하창우 회장님이 문병을 왔을 때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회장님, 제가 머리를 열고 수술을 받을 때, 혹시 아는 지식이 모두 달아났을지도 모르니, 좀 어려운 법률문제를 물어봐 주세요.” 회장님은 미소 지으며 “법제이사이니 헌법 제1조가 무엇인지 물어보겠소”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당시 정말 다행스럽게도 헌법 제1조가 잊히지 않고 암송되어 엄청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머리 수술을 받은 후 저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겼습니다. 평소에도 아둔한 제가 머리 수술까지 받았으니 사건과 사안을 머리로만 판단해서는 많이 모자라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가슴으로 골똘하게 생각하는 버릇입니다.

먼저, 내 입장에서 이성적 머리로 깊이 생각해보고, 다음 상대방 입장에서 감성적 가슴으로 넓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 후 저는 친구들로부터 “김 변호사는 머리 열고 나더니 오히려 더 똑똑해졌다”라는 칭찬(?)도 듣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한 사람의 인생도 바꾸지만, 나라의 명운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로 한번, 가슴으로 한번 더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서로 심하게 싸우지 않는 더 행복한 나라가 될 것 같은 요즘입니다.

 

 

 

/김종철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새서울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