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영사

저자는 제15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경제법의 전문가다. 이 책은 그간 대학 강의실과 산업의 현장에서 마음을 다해 전했던 우리나라 시장경제에 대한 저자의 간절한 호소를 그대로 담은 것이다. 특히 딱딱하게 느껴지는 여러 주제들에 대해 일반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그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쉬운 이야기로 녹여 놓았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이념과 공동체’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인 시민사회의 소중함을 영화 레미제라블과 유럽의 역사, 그리고 베네주엘라와 인도의 사례를 통해 풀이한다. 시민사회의 양대 지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며, 양자는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사회의 구성원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는 소중한 질서임을 역설한다. 제2부 ‘구한말, 우리의 오래된 미래일까’에서는 조선 후기의 엄혹했던 민초의 실상을 지배구조, 신분제도와 세금, 시장과 상행위의 금압 등을 통해 반추하고, 오늘의 한국인이 구한말의 조선인의 의식과 가치관으로 복고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제3부 ‘시장과 입법’에서는 관치경제의 잔재가 강하게 남은 한국경제에서 권력이 시장에 간섭하는 여러 잘못된 통로를 쉽게 설명하고, 각종 규제가 시장과 산업을 망가뜨린 현실 사례를 살피면서 규제입법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과 관련하여 김영란법 사례와 같은 입법비용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 제4부 ‘시장경제의 미래’에서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경제질서가 과연 무엇인지를 점검하면서, 경제민주화의 옳은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겨 보았고, 마지막으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우리 경제가 모델로 삼아야 할 구체적 경제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검증하였다. 이념, 시장, 입법에 관한 담론으로 오늘의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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