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이철희 의원, 설문조사 바탕으로 현 사법제도 전반의 문제점 지적
부당한 신문방법에 이의제기도 못 하게 해 … 관련 지침 전면 공개해야

소송에 휘말렸을 때, 국민이 기댈 곳은 변호사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절차에서 변호인 조력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이철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과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변호사 1354명이 참여했다.

수사과정 입회 시 부당한 대우를 겪는 변호사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30.5%, 검찰에서는 28.8% 변호사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변호사가 가장 많이 겪은 부당한 대우로는 ▲수사관의 강압적인 행위 또는 월권행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 등 의견진술 제지 ▲피의자신문 내용 메모 금지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입회 자체를 허용하지 않거나 변호인에게 조사시간 등 공지 없이 피의자신문을 진행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변호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곧 국민 피해로 직결된다. 변호인에게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참여권이 보장된다.

설문에 응답한 한 변호사는 “의뢰인을 대신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진술에 대한 조언을 하면 수사 방해로 퇴실조치 될 수 있어서 수사과정에 변호인으로서 적극 참여하기 어렵다”면서 “사건 당사자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하고 더 나은 변호인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변호인 수사참여를 더욱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여전히 변호인 참여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필기를 막는 수사관이 존재한다”면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심지어 대부분 변호사는 피의자신문에서 어떤 경우 제지를 받는지 알기 어렵다. 대검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을 ‘내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의자는 물론이고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조차 ‘외부인’이므로 피의자신문에 제한이 있어도 명확한 이유를 알기 어렵다. 대검찰청 형사지식 공개 서비스에는 2005년 시행된 지침이 유일하게 올라와있을 뿐이다.

변협은 지침을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의자신문 참여 시 잘못된 수사관행을 시정하고, 피의자를 효과적으로 변론하기 위해서다.

이필우 변협 제2기획이사는 “어떤 경우에 피의자신문 참여에 제동이 걸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자체가 변론권에까지 제한이 생기게 하는 큰 문제”라면서 “지침을 일선 변호사에게 모두 공개하고 그 내용 또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체·재산에 대한 체포·구금·압수·수색 등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능케 하는 영장 발부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설문조사 결과, 구속 영장발부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기준이 어떤지 확신조차 하지 못 하는 변호사는 10명 중 8명에 달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기준이 명확하다고 생각하는 변호사도 22.2%에 불과했다.

영장 집행 과정에도 불신이 깊었다. 영장 집행 시 변호사를 원칙적으로 참관시켜야 한다는 데 변호사 85.6%가 동의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남발하고 법원 또한 이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면 이후 무혐의나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그 피해를 복구하기 어려우므로 강제 수사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영장 집행의 즉시성을 강조해 변호인 참여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소한 변호인이 영장을 확인할 때까지라도 실질적인 집행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협에서는 변호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국민이 방어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변협은 2016년 5월 ‘피의자신문참여 매뉴얼’에 형사소송법,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등을 담아 변호인 권리를 적극 알린 바 있다.

많은 노력 덕에 피의자신문 시 부당한 대우는 다소 줄었다. 2015년 변협 설문조사에서는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사 1466명 중 48.8%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올해는 약 30%였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메모를 금지하는 경우는 20% 이상 줄었다. 2015년 설문조사에서는 45.1% 변호사가 메모가 금지됐다고 답했지만, 올해는 경찰 수사 시 21.1%, 검찰 24.7%로 감소했다. 이는 자기변호노트가 활성화됨에 따라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자기변호노트는 지난 7일부터 전국 경찰서에서 받을 수 있다.

이찬희 협회장은 “수사기관이 변호인 조력권 등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헌법상 권리를 옥죄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설문조사에서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피의자신문을 포함한 모든 사법 절차에서 국민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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