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가맹본부가 빠져 있는 기자회견장에서 구(舊) 가맹점협의회와 신(新) 가맹점협의회 간 싸움을 주제로 한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 즈음에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소위 을(乙)과 을(乙)의 싸움은 반복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싸움만 해야 하는 것일까. 다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관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기자회견장의 풍경’으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현실은 더 처참하다(2019. 6. 10. 대한변협신문 제741호 칼럼 참조).

가맹본부는 기존 가맹점협의회 회장에게 허위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즉시해지 통지를 보냈다. 하루아침에 물품 공급이 끊어진 가맹점협의회 회장은 부랴부랴 변호사를 소개받고, 즉시해지통지가 무효이니 자신이 여전히 가맹점사업자임을 인정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동안 가맹점협의회 회장 일을 핑계로 가족들에게 가맹점 운영과 관련하여 많은 짐을 안겼다며, 물품 공급까지 끊겨 영업을 못하게 되니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가맹본부에게 물품을 다시 공급하라고 결정하지만 가맹본부는 법원의 결정에 귀를 닫았다.

자신들은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얼마간의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가맹 물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결국 눈 밖에 난 가맹점협의회 회장이 고사할 것이란 건 알고 있을 것이다. 물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하루에 5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재차 있은 후 비로소 물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의 신청이 기각되자 이에 대해서 다시 항고를 하고 재항고를 한다. 소송비용에 큰 부담이 없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수십 가지쯤은 될 것이다. 소장 하나를 받을 때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이를 대응해야 하는 가맹점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에 점점 지쳐간다.

가맹본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맹점협의회 회장이 손을 들지 않으니 다시 ‘을’과 ‘을’의 전쟁을 시작한다. 가맹점협의회 회장과 함께 가맹본부에 문제 제기를 했던 가맹점협의회 임원들 전원에게 즉시해지 통지를 보낸 것이다. 서로의 탓을 하게 만들려는 것일까. 가맹본부는 이와 같은 사실을 일반 가맹점들에게 효시(梟示)하고 자신들에게 대들면 그 결말이 어떤지 처절하게 보여준다. 결국 가맹본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맹점협의회는 와해되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이제 가맹본부의 단독드리블 시간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 필수 구입 물품을 늘리고 그 가격을 올린다. 그들의 방법과 태도는 점점 더 대범해진다. 가맹본부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다. 가맹 로열티가 아닌 유통구조에서 이익을 취하는 기형적인 가맹점사업의 구조도 이 문제에 한 몫을 한다.

변호사로서도 자괴감이 든다. 내가 제대로 싸우고 있는 것인가. 지난달 정부와 여당 그리고 공정위원회는 당정협의에서 이와 같이 가맹본부가 즉시해지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대책을 내놓았다. 당정은 내년 1분기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가맹점주가 허위사실 유포로 가맹본부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한 경우에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지리한 소송을 통해서 가맹본부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정을 받더라도 이미 삶이 붕괴한 가맹점주들에게 아무런 실익이 없다. 이미 상당기간 영업하지 못한 가맹점은 황폐해져 있고, 계속된 소송에 스스로 손을 놓은 가맹점주가 대다수다. 온전한 피해 보상이 되지 않는 적은 손해배상금은 승소가 아니라 패소와 다름없다. 그리고 다시 가맹점을 한다고 하더라도 눈 밖에 난 이들에게 벌어질 일은 1년 후 재계약이 안 되는 것이고, 다시 가맹점 지위가 있음을 확인받는 가처분 소송, 그리고 본안 소송, 가맹본부의 가처분 결정 이의 소송, 그리고 항고, 재항고의 반복이다. 버텨낼 수 있는 가맹점주가 있을까. 법원께 요청 드린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가맹점주들을 고사시키는 가맹본부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여 주시라. 지금은 상상 그 이상의 행동을 하는 가맹본부에게 강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고하는 것이 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일지 모른다.

대다수의 가맹본부들은 가맹점주들과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의 향상 및 상호 성장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몇몇의 가맹본부인 것이다.

 

 

/이주한 변호사

서울회·서초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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