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미쳐버린 게 아닌가.”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를 이렇게 평했다. “존경했던 분들을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윤리적으로 완전히 패닉 상태”라고 했다. 오랜 친구였던 조 장관 관련 의혹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진보가 기득권이 되어버렸다”며 조 장관 지키기에 나선 진보 진영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진 교수는 조국 사태에 대해 정의당 내에서 ‘항의’하다 지난달 결국 ‘이탈’을 선택했다. 지도부의 만류로 탈당은 철회했지만 “이것저것 세상이 다 싫어서 탈당계를 냈다”는 그에게 어느 정도의 열정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황우석 교수 사태에서도 소수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진 교수이지만, 과거의 동지들로부터 “돈하고 권력 주면 XX당 갈 수도 있겠구나” 같은 비난을 받는 것은 버거워 보인다. 조국 사태 비판 글을 올렸다가 참여연대로부터 징계를 받게 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법조 기자들도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가 검찰개혁 문제로 연결되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 국정농단, 사법농단 등 각종 의혹을 파헤치며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데 익숙했던 기자들로서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순간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적폐’로 손가락질 받는 상황이 낯설다. 특수통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며 대규모 특수수사를 용인했던 문재인 정부가, 조 장관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자 특수부 축소와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어리둥절한 일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책임은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며 국민의 불신을 산 검찰에게 있다. 당장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반발하는 이들 중 대부분은 10년 전 ‘논두렁 시계’ 사건을 떠올린다. 법원 내에서도 “다 끄집어내서 몽땅 수사대상으로 삼는 식의 특수수사를 언제까지 허용해야 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다 보니 어떻게든 털려고 달려들고, 피의사실을 흘려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여론의 심판을 끝낸다”며 “검사란 칼을 찬 사람이 아니라 경찰이 가진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법조인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검찰 구조 개혁과 조 장관 의혹 수사라는 두 가지 층위를 구별해내는 ‘분리의 기술’이 아닐까? 분노한 청년들이 정치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그리고 검찰개혁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라도 조국 사태가 어느 한쪽의 굴복을 요구하는 세 싸움으로 끝맺어선 안 된다.


/정반석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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