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 box)는 규제개혁의 상징이다. 샌드박스라는 표현은 영국에서 나온 것으로, 어린아이들이 위험하지 않게 모래밭을 만들어 두고 그 안에서 맘껏 뛰어 놀도록 한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규제가 다루어야 할 대상도 마찬가지로 위험이다. 그러나 그 범위를 미리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입법은 후행적이며, 사법적 구제 역시 사후적이어서 대응에 본질적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이 창출하는 이익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익과 위험, 그 중간에서 선택된 것이 바로 규제샌드박스다.

규제샌드박스 3종 세트는 신속처리, 임시허가, 실증특례이다. 제도의 핵심은 현재 법률이 신기술에 적용하기 모호하거나 부적합할 때 영업행위를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파악된 위험을 반영하여 새로운 기술에 부합한 입법을 하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업계다. 그런데 임시허가 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도 해당 제품의 생산이나 서비스를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혁신적 기술을 후발주자들이 약간 변형하여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것이다. 사이비 혁신이지만 딱히 막을 방법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무원도 규제샌드박스의 이해관계자다. 대통령 관심사항이다 보니 성과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성과를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면 규제샌드박스 기간이 끝나는 2년 후의 대책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 샌드박스를 설정하였다면, 이와 동시에 입법개선 준비가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 2년 뒤 혹은 임시허가가 한번 연장된 4년 후에 법이 바뀌지 않아 더 이상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할 수 없다면 매몰비용(sunk cost)은 물론이거니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과 송사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국회도 규제샌드박스의 당사자다. 그런데 정치적 이슈가 워낙 많거니와, 당장 2020년에 총선이 있는데 2년 후 또는 4년 후를 걱정할 겨를이 없다. 정부로부터 법안이 올라온다고 해도 복잡한 문제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기득권과 새로운 이익 간 균형이다. 공유차량서비스를 보면 문제해결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이 간다. 규제샌드박스의 끝은 새로운 기술에 부합한 법률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역할 인식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흐름과 맞물려 규제혁신의 과정에서 규제샌드박스의 존재감은 화려하다. 그러나 꽃의 화려함이 잠시인 것처럼 규제샌드박스도 원칙적으로 2년의 한정된 시간이 있을 뿐이다. 그 사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새로운 실험을 통해 성공의 경험은 장려하되, 실패의 경험은 축적하여 신기술에 부합하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규제샌드박스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꽃구경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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