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해 끝에 백령도라는 섬이 있다. 백령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관할의 대표적인 섬이다. 만약 백령도 주민이 소송을 하였는데, 항소심이 열리게 되었다면 이 주민은 어느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까? 바로 서울고등법원이다.

이 주민은 5시간 배를 타고 나와서 버스와 지하철을 최소한 2시간 반 이상 더 타고 이동해야 겨우 법원 앞까지 갈 수 있다. 아침 7시 배를 탄다고 해도, 오후 재판을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고, 오후 재판을 하면 저녁에 들어가는 배가 없어서 하루를 묵어야 한다.

 

인천에는 고등법원이 없다

이 사실을 법조인들은 잘 알지만, 평범한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1심 재판에 항소했더니 서울로 오라고 할 때, 그때가 되어서야 고등법원이 무엇인지, 왜 서울로 가야하는지 알게 된다. 왜 인천 사람이 서울로 가야하는지 의아해 하면서, 시외버스를 타거나 몇번의 환승을 해야 하는 상당한 불편을 감수하고서 말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인천광역시, 부천시, 김포시를 관할로 한다

인천지방법원 관할구역의 인구규모는 430만명에 이르고, 최근 수년간 인천 부천 지역의 총생산 성장률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산업규모도 다른 광역지자체권에 비하여 만만치 않은 수준에 이르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30만 인천, 부천, 김포 시민들은 재판을 받기 위하여 시외버스를 타거나 몇번의 환승을 거쳐서 힘들고 힘들게 서울고등법원까지 가야 한다.

 

인천고등법원의 설치 필요성은 이미 충족되어 있다

2017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제1심이 인천지방법원 관할이었던 사건 중에서 항소심에 이른 사건은 전국 항소심 사건 수 대비 6.8%를 기록하여 대구고등법원 관내 모든 항소심의 합계인 6.4%보다 높았다. 대전고등법원 관내 사건의 합계인 7.6%와도 큰 차이는 없었다.

2019년도에 개원한 수원고등법원이 경기남부를 관할하지만, 아직도 서울고등법원은 1800만 인구의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고, 전국 고등법원 법관의 60% 이상이 배치되어 전국 항소심의 63%를 소화면서 심각한 편중 현상을 겪고 있다.

인천은 5대 광역시 중에서 유일하게 고등법원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 인천고등법원이 다른 고등법원 관할보다 인구가 적다면, 인천과 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고양지원(고양시, 파주시 관할)을 인천고등법원 관할로 하여 경기 서북부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재판이란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 권리가 현실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법원에의 접근성, 시설, 법관의 자질, 사건처리 속도 등이 제대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천, 부천, 김포 시민들은 항소심 재판에 있어서 다른 광역시나 특별시 주민에 비하여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고 국민의 사법서비스권 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인천고등법원’이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한필운 변호사

인천회·법률사무소 국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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