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

1. 서 론

필자는 최근 ‘남편의 부재중 처의 승낙을 얻어 간통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사안’에서 아래 대상판결을 다툰 사실이 있다. 비록 대상판결은 최신 판례는 아니지만, 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경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대상판결을 검토해본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남편의 부재중 처의 승낙을 얻어 간통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사안’에서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중략)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 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공간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 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라고 판시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다.

 

3. 검 토

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1)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하여 구(舊) 주거권설, 신(新) 주거권설, 사실상의 평온설, 개별화설 및 절충설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다수설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권리로서의 주거권이 아니라 주거를 지배하고 있는 사실관계, 즉 주거에 대한 공동생활자 전원의 사실상의 평온이라고 보고 있다(사실상의 평온설). 사실상의 평온설을 취할 경우 사실상 주거자 또는 관리자의 승낙을 받고 들어가는 것은 주거의 평온을 해하는 것이 되지 않으므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본다.

2) 그런데 대상판결은 사실상의 평온설을 취하면서도 주거침입죄를 인정하고 있어 법이론적으로 명료하지 않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나.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지

위와 같은 법이론을 차치하고서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현실적 필요성이 없다. 이에 관해 특히 간통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41조’에 대해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여서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 (중략) 부부 간의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의 제도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전원재판부 2009헌바17 2015. 2. 26. 등)”라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다.

2)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비범죄화의 논리는 대상판결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① 비록 이러한 주거침입의 행위가 비도덕적이라 할지라도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생활의 평온을 현실적으로 해한 바가 전혀 없다. 주거침입의 행위로 인하여 이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주거권자의 감정이 상했을지는 몰라도, 당시 이 사건 주거에 있지 않아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다른 주거권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평온은 침해받을 가능성 자체가 없다.

② 그리고 이러한 주거침입의 행위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거의 없거나 그다지 크지 않다. 따라서 주거침입의 행위는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로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될 것(형법의 보충성)이다. 이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의 제도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우까지 형법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③ 또한 간통죄가 폐지된 현재 사회상황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간통죄 폐지 이전에는 다른 주거권자의 동의 없이 주거에 들어간 행위는 범죄를 위한 전(前) 단계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통죄가 폐지된 현 시점에서 위 행위를 범죄를 위한 전 단계의 행위로 볼 수 없다. 정작 간통행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처벌필요성이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주거침입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행위에 걸맞지 않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며, 우회적으로 간통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④ 이는 주거침입죄의 법적 성격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주거침입죄는 다른 범죄를 범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하여지는 일이 많다. 이에 의용형법은 본래의 주된 범죄와 그 수단인 주거침입죄를 과형상 일죄로 함께 처리하기 위해 견련범의 형식을 사용하였으나, 우리 형법은 이러한 견련범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고 주된 범죄와 주거침입죄를 원칙적으로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주된 범죄 행위인 간통은 형법의 비범죄화 경향 내지 형법의 보충성 등을 이유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범죄를 범하기 위한 수단의 성격을 가진 주거침입죄만 놓고 처벌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다.

⑤ 다른 주거권자의 동의 없이 주거에 들어온 경우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하게 되면, 극단적으로 보면 자녀가 어머니의 허락없이 친구를 집에 데려오거나 남편이 아내의 의사에 반해 친구를 집에 데려오는 등의 일상생활 행위에 전부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남편의 부재중 처의 승낙을 얻어 간통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사안’에서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대상판결은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이승현 변호사

대전회·산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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