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울산지법 형사합의부 부장판사(사시 38회), 김영사

법원은 세상의 원망과 고통, 절망과 눈물, 죽음과 절규가 모이는 곳이다. 판사는 법정에 선 모든 이의 책망과 옹호를 감당하며 판결문을 써 내려간다. 건조하고 딱딱한 판결문이라는 형식에 미처 담지 못한 수많은 사람의 눈빛과 사연은 저자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저자는 법정에서 마주친 이들과 폐쇄된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을 “풀어놓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형사 판결문 말미에는 ‘양형 이유’란이 있다.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설시를 모두 마친 후 이런 형을 정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원래 판결문은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만을 추출해 일정한 법률효과를 부여할 뿐 모든 감상은 배제하는 글이지만, 그나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판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형사 판결문에 있는 ‘양형 이유’ 부분이다. 저자는 피고인에게 특별히 전할 말이 있거나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때 양형 이유를 공들여 썼다.

이 책에는 저자가 형사재판에서 만난 사건들의 실제 판결문에 있던 양형 이유 일부, 판결문으로는 표현할 수 없어 묻어두었던 당사자들의 아픔과 판사의 번민이 담겨 있다. 저자는 가정폭력, 산업재해, 성추행, 성전환자 강간 및 부부강간 사건 등을 통해 ‘왜 소수자를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한편, 법의 한계와 사회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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