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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과 괴롭힘, 법조계도 예외 없어여성 법조인 3명 중 1명은 성희롱 겪고, 사건 75%는 어느 곳에도 보고되지 않아
한국 직장 내 괴롭힘, 하루 평균 21건 … 괴롭힘 당한 법조인 65%는 직장 떠나
임혜령 기자  |  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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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호] 승인 2019.10.07  09: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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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은 법으로 금지돼있지만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법을 가장 잘 아는 법조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폐쇄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찬희 협회장은 “인권옹호를 사명으로 하고 있는 법조인이 우리 직역의 인권을 먼저 살펴보고 시민사회의 모범이 돼야 한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에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변호사협회(IBA)가 135개국 법조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980명 중 여성 법조인은 36.6%, 남성은 7.4%가 성희롱을 경험했다. 성희롱 사건 75%는 그대로 묻혔다. 그 이유로는 가해자의 지위나 직장 풍토, 향후 영향에 대한 두려움 등이 꼽혔다.

로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성희롱이 만연했지만,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회사는 이런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사업주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형식상 참가 서명만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성희롱 예방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정작 교육을 듣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가해자 대부분은 임원이나 부서장, 선배 등 상급자인 점에서 볼 때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은 권력의 불균형 구조, 젠더감수성 부족 등이 원인”이라며 “명확하게 당사자에게 거부감을 표시하고, 조직 내 협력과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괴롭힘도 심각한 상황이다. IBA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여성 법조인은 2명 중 1명, 남성은 3명 중 1명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57%는 어디에도 보고 되지 않았으며, 괴롭힘을 당한 65%는 직장을 떠났다.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 행위는 모두 괴롭힘이다. 동법 시행 후 2개월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은 총 883건이다. 근무일 기준 하루 평균 21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폭언에 관한 진정이 395건(44.7%)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는 부당 인사 242건(24.7%), 따돌림험담 99건(11.2%)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 영국 변호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사회적 선입견을 가지고 이 문제를 판단한다”면서 “직장에서 여성에게 괴롭힘을 당했지만 누구도 내 불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김홍영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잦은 휴일 근무 등 업무 스트레스와 상사의 상습적인 모욕적 언행으로 인한 고충 때문이다.

법조계에 괴롭힘이나 성희롱 등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는 폐쇄적 구조가 꼽힌다.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을 겪은 한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계속 일을 하면 가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의 선후배, 동기를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불이익이 두려워 조용히 넘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던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배당, 인사, 징계 등 모든 시스템은 ‘절대복종 아니면 죽음’을 의미한다”면서 “조직 내에서 죽을 뿐 아니라, 나와도 변호사는 물론 정상생활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광주지방변호사회(회장 임선숙)는 양성평등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속 회원과 사무직원 등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받은 경우 이를 돕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도 2016년 성희롱구제센터를, 2018년에는 성희롱피해온라인신고 채널을 만들기도 했다. 또 부산지방변호사회(회장 이영갑)는 성평등센터 설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성희롱성폭행 사례 등을 조사하고, 성별로 인한 차별이나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해결을 위해서는 아직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공론화된 기간도 짧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7월에서야 입법됐다.

한 아랍에미리트 로펌 변호사는 “괴롭힘, 성희롱 가해자는 법조계를 포함해 그 어떤 직장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은 업무에 대한 대가로 마땅히 존엄성을 인정받고 안전하며 지원을 마다 않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질타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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