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적 환경에서 비롯되는 일로 분노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로마시대 철학자인 세네카는 “분노하거나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너무도 짧다”고 설파했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외부적 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의 평온을 찾으며 중심축을 잃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을 간직하기 위해 스토아철학은 많은 도움을 준다.

스토아철학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이성을 가진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보는 사상이다. 이 철학은 지혜, 용기, 절제 및 정의와 같은 덕(德, arete)을 최고의 선으로 간주한다. 노예 출신 에픽테토스, 법률가 세네카,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신봉한 스토아철학은 자유와 행복을 위한 삶의 방식이다. 스토아 철학은 외부 세계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정심인 아파테이아(apatheia)의 상태를 목표로 한다. 무정념의 아파테이아 상태는 열정을 의미하는 파토스(phatos)와 상반된 허정(虛靜)의 경지다. 이는 자연에 합치되는 삶을 사는 현인이나 도인이 도달하는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스토아철학은 마치 중용에서 말하는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와 같이 하늘의 질서에 연결된 가치의 근원을 이루는 것을 이성(理性)으로 보았다. 이성은 인간이 따라야 할 하늘의 법칙이고,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하여 질서 있게 살아가는 기준이다. 이성에 따라 행동할 때 자연의 섭리에 합치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부, 명예 및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게 된다.

우리는 매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뜻대로 일이 안 풀려 크고 작은 시련과 고통을 겪기도 한다. 화(禍)가 복(福)이 되기도 하고, 복이 화로 변하기도 한다. 스토아철학자 에픽테토스는 ①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겸허 ②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용기 ③자신이 변경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지혜의 3가지 덕을 간직하면 평정심에 다가갈 수 있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스토아철학은 자신의 불리한 여건을 남의 탓이나 제도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긍정적 삶의 방식이다. 운명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영역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적 일에 대하여 분노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삶에 필연적으로 닥쳐오는 운명을 긍정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운명애(Amor fati)”를 강조했다. 운명애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스토아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양의 스토아철학은 성심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동양의 지혜와 일맥상통 한다.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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