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 누아(Pino Noir)는 기후에 대단히 민감하고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부드럽고 화사한 맛과 우아하고 귀족적 풍미를 가지고 있다.

처음 와인을 접했을 때는 칠레나 호주산이 내 입맛에 맞았는데, 와인을 깊게 알수록 부르고뉴 와인에 빠지게 된다. 탄닌이 적고 부드러우며 아주 우아하고 섬세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빛깔도 옅은 루비빛을 띠고 있어 귀족적이고 아름다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프랑스 와인은 크게 보르도(Bordeaux) 와인과 부르고뉴(Bourgogne) 와인으로 분류된다. 부르고뉴는 영어로는 버건디(Burgundy)라는 뜻이다.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그 유명한 ‘로마네 꽁띠(Romanée Conti)’도 이 지역 와인이다.

프랑스 와인은 라벨에 포도품종을 기재하지 않는다. 대신 포도재배지역과 생산자 이름을 표시한다.

보르도 와인은 거의 예외 없이 여러 품종의 포도를 섞어 독특한 맛과 향의 와인을 만드는 블렌딩 기법을 사용하는데 비해 부르고뉴에서는 오로지 피노 누아(Pino Noir) 한 품종으로만 와인을 만들고, 다른 품종과 블렌딩하지 않는다. 피노 누아의 원산지는 부르고뉴이므로, 부르고뉴산 레드와인의 품종은 무조건 피노 누아다.

보르도에서는 포도원을 샤또(Château)라고 부르고, 부르고뉴에서는 도멘(Domaine)이라 부른다. 병의 라벨에 도멘(Domaine) 표시가 있으면, 부르고뉴 와인이고 품종은 피노 누아인 것이다.

보르도의 와인 병은 병 모양이 길고 날씬하고 어깨 부분이 각이 지고 어깨에서 바닥까지는 좁은 일자를 유지하는 일반적인 와인병(High Shouldered Bottle)의 형태를 띠며, 레드 와인 병의 색깔은 암녹색이다.

반면 부르고뉴 와인 병은 보르도에 비해 하반신이 넓고 병목에서 어깨까지의 선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Sloping Shouldered Bottle), 레드와 화이트 와인병 모두 연녹색을 띠고 있다.

부르고뉴 와인은 그 이름만으로도 와인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처음 마실 때는 “이게 뭐지? 밍밍하고 싱겁네”라며 어색해 하다가 어느 순간 그 섬세함과 우아함에 매료된다.

검붉은 자주색의 와인들에 비해 색깔은 옅지만, 향은 오히려 더 풍부하다. 바디감이 가벼워 무척 부드럽고 다채로우면서도 환상적인 맛과 향을 뿜어낸다.

보르도 와인은 심미안이 갖추어지기도 전에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부르고뉴 와인은 모든 와인을 마시고 나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다. 부르고뉴 와인이야말로 와인애호가들이 도달해야 할 마지막 성지이자 종착역이다.

/윤경 변호사

더리드 공동법률사무소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