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특허소송에서 전자소송이 시작된 이후, 전자소송은 우리 법률문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서류 제출·복사를 위해 법원에 가야했던 수고를 덜었음은 물론이고 유·무형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최근 발간된 대법원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8년 전체 소송에서 전자소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사소송)에서 100%(행정, 특허소송)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 전자소송에서 유일하게 예외로 남겨진 영역이 형사소송이다. 작년 형사사건은 151만 7134건에 달하는데 종이소송에 의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형사 소송기록의 열람·복사 시스템은 ‘IT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후진성을 보이고 있다. 검찰청, 법원에 가야만 기록복사가 가능하고, 한정된 복사시스템으로 신속한 기록입수가 어려운 실정이다. 항소이유서, 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이 촉박한데 기록복사로만 상당부분을 허비하고 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비본질적·기술적 문제로 제한받고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에서 전자소송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대한변협도 발벗고 나섰다. 지난 18일 ‘형사전자소송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형사전자소송의 필요성, 전자소송 시행에 따른 제도적·기술적 문제 전반을 논의하였다. 형사변호인, 법원, 검찰,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었다.

형사전자소송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소송절차의 신속성·투명성, 소송기록 열람복사 및 문서제출 부담의 경감 모두를 실현할 수 있다. 이미 전자소송은 민사소송 등 비형사분야에서 안착했고 외국에 선진사법시스템으로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 경험과 노하우를 형사소송에 접목시킨다면 사법접근권 향상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법률개정, 예산확보 등이 남아 있지만 중지를 모은다면 조속한 실현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변협도 앞으로 형사전자소송 시행에 관심을 기울이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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