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설과 추석을 중요한 명절로 지낸다. 추석 명절이 되면 보름달 같은 넉넉한 마음으로 덕담을 나누고,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이번 추석 명절에 곶감을 선물 받고, 내 가슴에 감나무 세 그루는 잘 자라고 있는지 되돌아보았다.

내 가슴에 심은 감나무 세 그루의 사연은 이렇다. 해마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벌거숭이 산이 많았던 우리나라는 산림녹화를 위하여 식목일을 정하고 국가적으로 식목행사를 하였다. 그 후에는 육림의 날을 정하여 나무를 정성껏 가꾸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울창한 숲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비가 많이 내려 식목행사가 취소되었던 어느 해, 선배로부터 산에 나무를 심지 못하는 대신에 마음의 밭인 가슴에 감나무 세 그루를 심는 날로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고, 그 날 내 가슴에 감나무 세 그루를 심고 날마다 가꾸고 있다.

첫 번째 감나무는 다른 사람에게 주기 위하여, 두 번째 감나무는 서로 함께 먹기 위하여, 세 번째 감나무는 나 자신이 먹기 위한 감이 열리는 감나무다.

첫 번째 감나무에서는 ‘호감’이라는 감이 열린다.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송사로 인하여 걱정스러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다. 그 분들은 자신의 권리나 재산을 지켜줄 변호사가 실력은 있는 사람인지, 성격은 괜찮은 사람인지 궁금해 하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건네주어 안심하게 하여야 한다. 그런데 호감나무는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고, 겸손한 마음, 긍정적인 자세, 웃는 얼굴을 거름으로 자란다.

두 번째 감나무에서는 ‘공감’이라는 감이 열린다. 변호사가 일을 성실히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고 공감을 함께 하여야 한다. 그런데 공감나무도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 배려하는 자세,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태도를 거름으로 자란다.

세 번째 감나무에서는 ‘영감’이라는 감이 열린다. 우리는 어떤 업무를 진행하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어 고민되고 난처한 사정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불현 듯 영감이 떠올라 문제 해결의 길을 찾는 경우가 있다. 참 행복한 경우다. 그런데 영감나무도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 등 이런 저런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깊은 사색의 시간을 즐기고, 가난한 마음의 자세로 염원의 시간을 가지면 이를 거름으로 영감나무가 자란다는 것이다.

선배님의 권유로 그 해 내 가슴에 감나무 세 그루를 심고 이를 가꾸고 있다. 좋은 것은 전승되면 더욱 좋으므로, 후배님들도 가슴에 감나무 세 그루를 심어 가꾸면 좋다고 나도 권유하고 싶다.

 

 

 

/김종철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새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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