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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단상]‘무엇이 정의인가’를 고민하는 매력적인 직업
김윤영 변호사·국회비서관  |  yyk@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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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호] 승인 2019.09.23  09: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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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 곳곳에서 원하는 법률을 탄생시키거나, 자신들의 입지를 좁힐 법률안을 저지하고자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럴수록 헌법과 법률의 전문가로서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국회 보좌진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진다.

국회 보좌진은 기존 법령과 조화를 이루는 규범을 설계하는 ‘입법 전문가’가 돼야 한다. ‘입법’은 국회만 할 수 있는 고유 업무로서 발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그 보좌진도 당연히 함께 힘써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헌법 제37조 제2항).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 발의는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러한 입법 불비는 도저히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최근에 ‘음주측정 직전 소주 원샷’과 같은 음주 단속 무력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냈다. 음주단속 중인 것을 20미터 전에 발견한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급히 편의점으로 들어가 소주 반병 정도를 마셔 버려, 혈중 알코올농도가 단속 수치에 해당했는지 알기 어렵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에서 고민은 시작됐다.

위와 같은 행위는 음주단속행위가 개시되기 전에 발생해 음주측정불응으로 보기는 어려웠고,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에서도 위 운전자가 경찰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여 무죄가 나왔다. 일반인 법 감정에 비추어 보면 분명 제재해야 할 행위지만, 기존 형법, 도로교통법만으로는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경찰청은 이러한 행위의 단속·처벌 통계도 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필자는 문제의 신종 음주측정 무력화 행위를 처벌하는 입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한동안 동분서주했다. 호흡측정이 개시되기 직전에 호흡조사를 통한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 또는 의약품 등을 먹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방식으로 초안을 잡아 발의 작업을 진행했다.

실제로 법안이 발의되기까지는 여러 반대 논리에 부딪혔다. 경찰의 음주측정시점과 어느 정도 시간 차이를 두고 알코올 흡입행위 등이 이뤄져야 음주측정회피행위가 되는지를 법률로서 규율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처벌의 정도가 중하다는 점을 지적 받았다.

이에 음주측정불응죄와 균형이 맞춰지도록 형사적·행정적 처벌규정을 마련했으며, 기존 형사 처벌 조항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용해 음주단속 현장을 인지하고 재빨리 가게에 들어가 더 술을 마셔버림으로써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계속 생겨난다면, 법질서의 엄정함이 훼손될 뿐 아니라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득 논리로 제시해 결국 발의에 성공했다.

통상의 변호사가 법치주의의 최전선에서 정의구현을 위한 ‘법의 실현’에 노력한다면 국회 보좌진은 법치주의의 시발점에서 ‘무엇이 정의인가’에 답하는 ‘법의 형성’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총성 없는 ‘입법 전쟁터’에서 법률 전문가로 일하며, 때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고, 때로는 현행법의 미비점을 이용하는 ‘법꾸라지’들을 잡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 보좌진은 참으로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김윤영 변호사·국회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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